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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우주개발 협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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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우주개발 협주곡

입력
2010.01.18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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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주곡, 콘체르토(Concerto)는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는 대규모 관현악곡을 말한다. 콘체르토는 이탈리아어로 협력한다는 뜻인데 원래는 중세 라틴어의 경쟁하다(concertar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협주곡에는 협력과 경쟁의 요소가 다 포함되어 있다. 음색과 음량, 스타일 등이 다른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가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것이 협주곡의 매력이다.

이러한 협력과 경쟁의 공존을 적절하게 표현한 용어가 비즈니스 전략에서 나온 '코피티션(coopetition)'이라는 합성어가 아닐까 싶다. 경쟁(competition)과 협력(cooperation)을 합친 말인데,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공통의 이익을 위해 협력할 부분은 서로 협력하는 '협력적 경쟁'을 의미한다. 최근 우주개발에서도 이러한 코피티션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냉전시대의 무한경쟁에서 협력적 경쟁의 관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국제우주정거장(ISS) 사업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머물면서 과학실험을 수행한 국제우주정거장은 우주개발에서 평화적 국제협력의 상징이다. 1998년 건설에 착수해 마무리 단계에 이른 국제우주정거장 건설에는 미국 러시아 일본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일본은2008년 실험 모듈 '키보'를 발사해 국제우주정거장에 접속했고, 2009년 12월에는 일본 우주인 노구치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6개월 장기체류를 시작했다. 국제우주정거장처럼 대규모 예산이 필요하고 한 나라가 독자적으로 하기 어려운 우주개발 사업에서 국제 협력은 효율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해준다.

달 탐사 분야에서도 경쟁이 치열한 한편으로 국제협력의 큰 틀이 짜여 지고 있다. 1972년 아폴로 17호를 마지막으로 달 착륙 프로젝트가 중단 된 이후 달의 경제적 가치가 재발견되고, 화성 탐사 등 우주 탐사를 위한 시험기지로서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유인 달 탐사와 유인기지 건설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나사(NASA)를 중심으로 국제 달 네트워크(ILN) 사업에 14개 국가가 참여할 계획이다.

국제협력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나로 호 개발과정에서도 경험했듯이 우주기술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전략기술이기 때문에 기술이전의 어려움 등 협력에 한계를 지니고 있다. 다자간 협력사업인 국제우주정거장도 서로 다른 의견과 복잡한 협상과정, 투자와 이득의 분배문제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중단 위기에 놓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참가국들에 대한 신뢰와 책임, 장기적 이익을 고려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완성 단계에 이른 것이다.

협주곡 이야기로 되돌아가면,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조화를 이룰 때 각각의 악기는 더욱 빛을 발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낸다. 우주개발에서의 국제협력도 마찬가지다. 우주개발 수준과 특성이 저마다 다르지만 자국 상황과 능력에 맞는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면 상호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우주개발에서 국제협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양자 협력에서 다자 협력으로, 국가 간 협력에서 민간 협력으로 확대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전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IAC)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국제협력이야말로 이 시대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그처럼 우리도 '지구 호'라는 국제 공동체에서 성숙한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우주개발 협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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