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난 말이야, 민주당 정책에는 공감하는 것이 많지만 국회에서 몸싸움하고 거리로 나가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아. 낯 뜨거운 국회 모습은 결국 의석 수에서 밀리는 민주당이 의사결정을 몸으로 막으면서 생기는 거잖아. 난장판 국회의 직접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봐.
B: 겉모습만 보면 그렇지만 그게 다 한나라당이 야당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국회를 운영하니 그런 거지. 오죽하면 민주당이 그러겠나. 다수당이 소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면 국회가 그 모양이 되지는 않을 거야. 난 한나라당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해.
'다수당 전횡'과 '실력저지'
A: 자네 말대로 합의가 되면 가장 좋지만 안 되는 경우도 있기 마련인데, 그럴 때는 다수결로 가야지. 질 것 같다고 표결을 못하게 해서야 되겠나.
B: 그러면 한나라당이 다수의 횡포를 부려도 손 놓고 당해야만 하겠나? 일단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불합리한 결정을 막아야지. 다수당에게 매번 표결 승리를 순순히 안겨 준다면 야당이 무슨 필요가 있겠어.
A: 한나라당이 정말 다수의 횡포를 부리는지는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야. 소수 목소리가 무시된다 해도 표결에는 참여해야지. 정말 다수당이 횡포를 부린다면 국민에게 설명하면 되지. 만약 국민이 공감한다면 다음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거라고.
B: 일리 있는 말이지만 우리처럼 지역정서에 따라 투표하는 상황에서는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어? 과거 열린우리당의 승리는 탄핵정국 덕이었고. 몸으로라도 막아 만년 소수파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는 민주당의 절박성이 이해되지 않나?
A: 만약 유신시대처럼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봉쇄되어 있다면 나도 야당의 실력 저지를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우리는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를 두 번 경험한 민주국가야. 다수당이 될 수 없다는 패배주의적인 생각을 왜 하나? 난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얼마든지 다수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B: 그럴까? 하긴 알 수 없는 일이긴 하지.
A: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의 몸싸움에 실망하는 사람도 있지만 응원하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이야. 몸싸움을 해야 야당 역할을 제대로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이런 사람이 많을수록 민주당으로선 파행국회가 남는 장사가 되는 거야. 실력 저지가 협상력을 강화하니 타협이 되면 합의 결과가 유리해서 좋고 파행국회로 가면 선명야당 되어 좋고... 이래서는 난장판 국회를 피할 수 없지 않겠나?
B: 듣고 보니 그렇군. 민주당의 실력행사에 실망하는 자네 같은 사람이 많아져야 하겠는데? 또 합의가 안 되어도 표결에 참여하면서 다수당의 전횡을 차분히 설명하는 민주당에 매력을 느끼는 국민이 많아져야 하겠네. 사실 독재의 아픈 추억 때문에 권력에 항거하는 것은 정의라는 선입견이 있어. 그러다 보니 '정의' 실천을 위한 몸싸움에 너그럽지. 나 같은 민주당 지지자가 민주당의 몸싸움을 질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겠군.
시비 가리는 중립 언론 응원을
A: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네. 소수파가 다수의 전횡을 국민에게 고발할 때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니면 단순한 정치공세인지를 가려주는 역할도 중요해. 이는 전문가와 언론의 몫인데 그들도 정치적 중립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야. 주요 신문사가 어느 당에 우호적인지 자네도 잘 알지 않는가. 또 독자들이란 자기 생각을 대변하는 언론을 좋아하기 마련이라 누구 편도 아닌 중립 언론의 입지가 좁아. 심지어 전문가 의견도 순수하게 듣기 보다는 누구 편일까를 먼저 따지려 하지.
B: 동감이야. 우리나라에선 합리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중립적인 전문가와 언론이 드문 것 같더군. 이들을 응원해야 하겠어. 그래야 유권자가 올바른 판단을 해서 정치를 바꿀 수 있을 테니 말이야. 그나저나 자네는 도대체 어느 당 편이야? 하하~ 농담이야.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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