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재정악화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기도 합니다.
사실 세금은 부자에게나, 가난한 사람에게나 늘 민감한 문제인데요. 우리나라 국민이나 기업의 세금 부담은 다른 나라와 견줘볼 때 어느 정도일까요? 오늘은 조세부담과 관련한 궁금증을 풀어보겠습니다.
A. 우리나라 국민은 세금을 얼마나 내고 있을까요?
액수로 치자면 올해 국민 1인당 납부하는 세금은 453만원 정도로 예상됩니다. 이는 올해 예상되는 국세 수입(168조원)과 지방세 수입(53조원)을 합친 세금수입 총액(221조원)을 우리나라 추계 인구(4,880만명)로 나눠서 나온 금액입니다.
국민 1인당 하루에 1만2,410원,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가구당 매일 약 5만원, 1년이면 1,800만원 넘게 세금을 내는 셈이니 결코 적지 않은 액수죠.
하지만 이 숫자는 평균입니다. 실제로는 평균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내는 납세자도 있을 것이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많을 겁니다. 2007년도의 경우 근로소득세 납세대상자 1,379만명 가운데 연간 근로소득이 면세점보다 적어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이 무려 604만명에 달했습니다.
이는 근로자의 43.8%가 세금을 안 낸다는 뜻입니다. 근로자 1인당 평균 납세액은 175만원 안팎이지만, 근로소득세 상위 10%의 고소득 근로자가 근로소득세 전체 세수의 64%를 납부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국민들의 세금 부담을 비율로 따지면 조세부담률로 계산됩니다. 조세부담률은 근로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자동차세, 담배소비세, 증권거래세 등 한해 동안 국민들이 납부한 각종 세금의 총액을 국민총생산(GDP)으로 나눈 것입니다.
올해 조세부담률 전망치는 20.1%인데 이는 예상되는 세수 221조원을 올해 GDP 전망치(1,100조원)로 나눈 것입니다. 국민들의 납세액이 국민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것이죠.
1인당 세금 납부액이나 조세부담률은 결국 국민들이 느끼는 세금의 무게를 나타내는데 너무 무거우면 여론이 안 좋아지고 심지어는 정권이 바뀌기도 합니다.
1977년 7월부터 시행된 부가가치세는 제4공화국 말기 민심 이반의 빌미가 되기도 했으며, 1980년대 말 캐나다에서 연방부가세를 신설한 집권 보수당은 1993년 선거에서 패배해 정권을 빼앗겼는데, 선거 전 169석이던 의석수가 2석으로 급전직하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세금부담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인가요?
이명박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민들의 세금부담을 줄이겠다고 약속한 이후, 법인세ㆍ종합부동산세ㆍ소득세 인하 등 각종 감세조치를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 조세부담률은 2007년 21.0%에서 2008년 20.8%, 2009년 20.5%, 2010년 20.1%(예상치)로 점점 내려가고 있죠.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비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006년 기준 21.1%로 미국(21.3%)이나 일본(17.1%)과는 비슷하거나 다소 높지만, OECD 평균치인 26.8%보다는 아직 낮고 30개 국가 중 25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기준으로 비교해 볼까요? 조세부담률은 세금 총액을 GDP로 나눈 것인데 비해, 국민부담률은 조세징수액에 더해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세금은 아니지만 꼭 내야 하는' 4대 보험료까지 합한 금액을 GDP로 나눈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 역시 2006년 기준 26.8%로 OECD 평균인 35.9%보다 낮으며 30개 국가 중 28위 수준입니다. 우리나라보다 국민부담률이 낮은 국가는 터키(24.5%)와 멕시코(20.6%) 뿐이었죠.
조세부담률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 같은데요?
조세부담률은 평균치여서 개인별 소득의 차이와 세금 부담의 차이를 반영하지 못합니다. 가령 연봉 1억원이 넘는 고소득자들은 2010년도 예상 조세부담률(20.1%)보다 더 높은 30% 이상의 소득을 세금을 내게 됩니다.
반대로 근로자의 44% 가량은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요.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은 국민은 세금에 대한 불만이 더 클 수 있는 거죠.
또 소득이 높고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론주도층으로서 자기 목소리를 더 크고 다양하게 낼 채널을 갖고 있습니다. 2007년도 종합부동산세 주택분 납세대상자는 38만세대로 우리나라 전체 1,868만세대의 2%에 불과했지만, 종부세에 대한 반대는 계층을 넘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조세부담률은 떨어져도 국민부담률이 증가했다면 세금부담이 커졌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꼭 세鳧?아니어도 일반 국민들이 넓은 의미의 세금이라고 느끼는 4대 보험료가 증가해도 그만큼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은 줄어드니까요. 실제로 4대 보험료의 적용 범위 확대에 따라 국민부담률은 1990년 이후 급속히 증가했으며, 이것이 체감 부담률 상승에 상당 부분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세금 부담이 높아지면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세금부담과 정부에 대한 불만이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조세부담률이 증가하더라도 국방, 치안, 소방, 교육, 복지, 행정 등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나아진다고 국민들이 느낀다면 세금 증가에 대한 반발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금을 걷는 형식도 중요합니다. 조세 행정 선진화를 통해 세금을 무리 없이 잘 걷어야 하고,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사회에서 존경 받는 분위기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조세부담률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는 뭐죠?
한국의 조세총액은 90년 33조원에서 2010년 221조원으로 20년 만에 6.7배나 증가했습니다. 조세 총액의 증가폭은 GDP의 증가를 감안해도 매우 큰 폭이었으며, 그 결과 조세부담률은 1990년 16.8%에서 2000년 18.8%, 2007년 21.0%로 증가했습니다. 현 정부 들어서는 감세 조치 영향으로 2009년 20.5%, 2010년 20.1%로 다소 감소하고 있죠.
조세부담률은 90~97년 사이에는 거의 늘지 않다가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이는 실업수당 지급 등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복지비 지출의 증가, 교육비 및 국방비의 증가 등으로 인하여 재정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고령화 사회의 진전 및 사회 안전망 확충에 의한 복지비 지출 증가 등에 따라 재정지출이 계속 늘어날 전망입니다. 또 교육비와 국방비 등의 증가도 지속될 것이므로, 그에 따르는 세금 인상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이에 따라, 1인당 세금부담액과 조세부담률은 그 시기가 문제일 뿐 결국에는 불가피하게 다른 OECD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세율 인상은 가처분 소득 감소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민간경제의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성장잠재력과 경제 활력을 최대한 살리면서 조세부담을 서서히 늘려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동열 연구위원
■ 1인당 국민 부담액 올해 595만9000원 "2013년엔 784만원"
장차 우리 국민들의 세금부담은 늘어날까요, 줄어들까요?
글로벌 경제위기는 우리뿐 아니라 각국의 조세부담률을 낮추는 쪽으로 작용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얼마 전 26개 회원국들의 2008년 평균 조세부담률이 2007년(35.8%)보다 줄어든 35.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경우 조세 부담률이 40.9%에서 36%까지 떨어졌고 스페인은 37.2%에서 33%로, 아일랜드는 30.8%에서 28.3%으로 하락했죠. 부담률이 상승한 곳은 덴마크와 스웨덴 등 9개국이었습니다.
OECD는 그 이유로 "불경기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일부 국가들은 경기 회복을 위해 세금을 인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2009년에도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부담률이 계속 떨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정부 전망에 따르면 올해 20.1%까지 떨어질 조세부담률은 내년부터 다시 증가해 2012년 20.4%, 2013년에는 20.8%까지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 회복과 세원 투명성 효과 등으로 경제성장률보다 세입 증가율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어쩌면 실제로 나가는 돈을 뜻하는 국민부담률이 더 피부에 와 닿을 수 있습니다. 정부는 조세부담률보다 국민부담률이 향후 수년간 훨씬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금에 비해 국민연금, 의료보험 등 각종 사회보장기여금이 더 많이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정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9년 26.5%에 이어 올해 26.4%까지 낮아졌던 국민부담률이 내년에는 26.8%로 0.4%포인트 상승한 뒤 2012년 27.4%, 2013년에는 28.1%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전망입니다.
1인당 국민부담액도 올해 595만9,000원에서 2013년에는 784만9,000원까지 올라 4인 가족 기준 가구당 부담액은 2013년 3,000만원을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10년 전인 2003년(1인당 383만8,000원)에 비하면 10년 사이 국민부담액이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셈입니다.
국민부담액의 증가에 대해 정부는 국민연금 등의 고갈을 막기 위해 이미 '더 내고 덜 받는' 쪽으로 개혁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소득 증가보다 공적연금 부담액 증가의 속도가 빠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부담률은 개인과 기업이 미래를 대비해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세와는 성격이 다르다"며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국민부담률이 올라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이해를 구하고 있답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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