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H 아메리카는 국내 자본과 인력으로 구성됐으며, 계약 조건도 ETRI에 매우 유리하다."
SPH 아메리카(이하 SPH)의 대표인 박충수(사진ㆍ42) 변호사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미국 업체에 특허권을 넘겼다는 의혹을 제기한 보도(본보 14일자 1면)와 관련해 15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으로 해명했다.
미국 소재 SPH는 ETRI가 보유한 이동통신 관련 기술 특허의 전용 실시권을 넘겨 받아 애플 등 각국 휴대폰 제조업체에 로열티 소송을 하고 있는 업체.
박 변호사는 1987년 서울대 공대에 입학, 석ㆍ박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 보스턴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96~98년 사이 한국에서 특허청 심사관을 역임했고, 이후 미국의 유명한 특허전문 로펌인 피시 앤드 리처드슨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7년 SPH를 설립했다.
-ETRI와 특허권 소송 계약을 하게 된 경위가 궁금하다.
"외국 연구소들은 '특허 괴물'을 통해 하찮은 특허를 가지고도 국내 기업에 소송을 해서 로열티를 받아 내는데, 국내 연구소들은 훌륭한 특허가 많이 있는데도 권리 주장을 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까웠다. 그래서 ETRI에 특허권 소송을 해 볼 것을 제안했다."
-왜 ETRI가 유명한 특허 전문 로펌이 아닌 SPH와 계약했는지.
"애초 내가 제안한 것은 피시 앤드 리처드슨 및 이와 연계된 펀드를 통해 특허소송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ETRI는 국책 연구소이기 때문에 국부유출을 우려, 미국 자본이 아닌 순수 국내 자본만으로 펀드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펀드에 참여하는 투자자 수도 최대한 다수로 해 특정 업체나 투자자에 특혜를 주었다는 시비를 차단하라고 했다. 이 때문에 피시 앤드 리처드슨을 나와 한국인 변호사, 변리사로 구성된 SPH를 설립했고, 펀드도 국내 자본만으로 구성했다."
-ETRI가 본보 보도 후 뒤늦게 계약 조건을 공개했는데, 7(ETRI)대 3(SPH)으로 로열티를 배분한다고 한다. ETRI의 특허 가치로 보아 더 받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아니다. 오히려 해외 유사 사례와 비교하면 ETRI에 매우 유리한 계약이다. 해외의 경우 특허권자 측이 소송비용을 전혀 투자하지 않으면 로열티의 20~50% 정도만 배분 받는 게 보통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소송에 지거나 진행이 늦어져 로열티 수입을 받지 못하더라도 ETRI에 매년 최소 로열티를 지불하는 계약까지 했다."
-그렇다면 SPH에 불리한 계약이라는 주장인데, 왜 받아들였는가.
"우리나라에서 국책 연구소가 이러한 방식으로 특허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인 만큼, 하나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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