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킨 지음ㆍ박행웅 옮김/한울 발행ㆍ272쪽ㆍ1만4,500원
"무수히 많은 원숭이가 각자 타자기 앞에 앉아 무수히 많은 시간 동안 자판을 두드리다 보면 그중 한 원숭이는 걸작_셰익스피어의 희곡이나 플라톤의 <대화> ,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 논문과 같은_을 만들어낸다." 대화>
그럴 리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런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 19세기 진화생물학자 토머스 헉슬리가 한 이 농담이 진짜 현실이 됐다, 바로 웹 2.0의 인터넷 세상에서! 원숭이가 셰익스피어가 될 수 있다고 부추기며 진짜 셰익스피어를 질식사시키는 거짓 복음의 전도사들_구글, 유튜브, 위키피디아를 규탄한다. 속지 말자, 웹 2.0 ! 올바르게 이용하자, 인터넷!
<구글, 유튜브, 위키피디아, 인터넷 원숭이들의 세상> 이 하려는 말을 거칠게 요약해봤다. 지은이 앤드루 킨은 디지털 혁명이 문화와 경제, 가치관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에 대해 논쟁을 일으키는 데 앞장서온 투사다. 흥미롭게도 그는 한때 누구보다 열렬히 웹 2.0 세상을 찬양했던 사람이다. 디지털 혁명의 중심인 실리콘밸리에서 유명한 1세대 인터넷 음악회사 '오디오카페'를 설립해 운영했다. 그런 그가 정반대로 돌아섰다. 찬란해 보이는 웹 2.0 세상이 실은 얼마나 끔찍한지 깨달았기 때문이란다. 따라서 이 책은 '내부 고발자'의 투서다. 구글,>
그가 보기에 인터넷 원숭이가 판을 치는 웹 2.0 세상은 "무지와 이기주의와 악취미와 무질서를 다 합쳐놓은" 아수라장이다. 개인 블로그는 자아도취에 빠진 바보들의 놀이터이고, 위키피디아가 신봉하는 '집단 지성'은 맹인이 맹인을 인도하는 격이고, 무엇이든 찾아내는 검색 엔진 구글은 빅 브라더보다 더 위협적인 감시자이고, 유튜브 역시 대체로 쓰레기더미라는 것이다.
이 책은 거부감을 일으킬 만큼 신랄하고 격하다. 지은이가 그토록 격분하는 까닭은 '고상한 아마추어'를 자처하는 원숭이들이 '광란의 쇼'를 펼치며 그것을 디지털 혁명이 가져온 '민주주의 2.0'이라고 칭송하는 동안, 진짜 전문가와 고급 컨텐츠가 죽어간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출판, 신문, 방송, 영화, 음악 등 전통적인 문화산업이 인터넷 시대에 처한 위기는 대량 해고, 매출 감소 등으로 바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 어쩌란 말이냐, 디지털 혁명은 좋든 싫든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인데? 지은이는 기술 반대론자가 아니다. 그의 주장은 웹 2.0의 혜택을 '올바르게' 이용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누구나 편집할 수 있는, 다시 말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위키피디아 대신 전문가의 지도와 대중의 참여를 결합해 신뢰도를 높인 새로운 위키피디아, 시티즌디움(위키피디아의 공동 설립자였던 래리 싱어가 '새로운 위키'를 주창하며 만든 사이트ㆍwww.citizendium.org)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아쉽게도 이 책은 격렬한 성토가 대부분이고, 웹 2.0을 진정한 디지털 민주화의 도구로 사용하는 데 필요한 방안이나 실제 사례는 별로 내놓지 않고 있다. 지은이의 다음 책에서는 그것들을 보고 싶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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