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5일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를 동원해 남측에 보복 성전(聖戰)을 선포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방위가 나선 것도 처음이고 대남 위협 표현도 과격하다.
북한이 이명박 정부에 화가 단단히 났다는 의사 표시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대남 위협이 엄포에 그쳤던 선례나 최근 북미대화 흐름 등을 볼 때 단순 위협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즐겨 쓰던 '보복 성전'이라는 단어를 꺼낸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그 동안 "전쟁이 일어나면 서울은 불바다가 된다"(1994년 3월), "서울은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50km 안팎에 있다"(2009년 4월) 등의 위협은 숱하게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청와대를 포함해 남조선 당국자들의 본거지를 송두리째 날려 보내기 위한 거족적인 보복 성전이 개시된다"고 밝혔다. 그 어느 때보다 거칠다. 특히 1998년 북한의 최고 권력기관으로 올라선 국방위가 처음으로 대남비방 성명을 낸 것도 심상치 않다.
하지만 이번 성명은 북한의 최근 흐름과 상반된다. 북한은 1일 신년 공동사설에서 남북 관계 개선 의사를 밝힌 뒤 11일 정전협정을 대체할 당사국 간 평화협정을 제의했다.
14일에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실무접촉을 제안하고, 15일에는 남측의 옥수수 1만톤 지원 제의 수용 의사도 밝혔다.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 남북대화 재개 분위기에 반감을 품은 강경파의 반격이 나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과거에도 대화 국면에서 말로 하는 위협으로 긴장을 끌어올려 이득을 챙기려 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 일각에서 흘러 나온 북한 급변사태 대비 계획은 김 위원장 사망을 언급하는 등 북한을 자극하는 요소가 다분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급변사태 대비 계획을 체제 위협이라고 보고 남측에 항의의 뜻으로 쐐기를 박고자 했다"며 "우리로 치면 청와대인 국방위가 대응한 것은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남측에는 사안의 중대성을 전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사격구역 선포 등 여러 차례 위협 발언을 꺼냈지만 행동에 옮긴 경우는 드물다. 지난해 11월말 화폐개혁 이후 경제 재건을 위해 남한 등 외부의 지원도 시급하다. 그래서 북한이 남측의 사죄를 요구하면서 입장을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 눈에 띈다.
정부는 적극 대응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차분히 북측 동향을 면밀히 지켜본 뒤 대응에 나서겠다는 자세이다.
한 당국자는 "19일 개성에서 열릴 남북한 해외 합동시찰 평가회의에서 북측 분위기가 감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파문이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가능성을 열어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지만 남북간 분위기가 경색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듯하다.
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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