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의 현장에서 숨 고르기를 마친 '허정무호'가 스페인 말라가로 이동,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에 나선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15일(이하 한국시간) 남아공을 떠나 영국 런던을 경유해 말라가로 향한다. 대표팀은 지난 5일부터 해발 1,223m 고지인 루스텐버그에 캠프를 차리고 '월드컵 리허설'을 치렀다. 잠비아와의 친선경기에서 2-4로 완패하는 등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고지대 등 낯선 환경과 '마구'로 불리는 공인구 자블라니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소중함 경험을 했다.
허 감독은 "월드컵을 앞두고 입국해 고지대와 볼을 갑자기 익히려 했다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결과를 떠나 팀이 자리를 잡는 느낌이다"고 말하며 남아공 전지훈련에 의미를 부여했다.
남아공에서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는 등 전술 테스트를 시도한 '허정무호'는 말라가에서 열리는 핀란드(18일 오후 11시 10분), 라트비아(22일 오후 11시 30분)와의 친선 경기를 통해 최종 엔트리 후보의 폭을 줄여 나갈 것으로 보인다. 허 감독은 "핀란드, 라트비아전에서는 정리된 전력을 가지고 나서겠다"고 말해 말라가 전지훈련을 통해 전력 완성도를 높여 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14일 남아공 프로축구 2부리그 베이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두 골을 작렬하며 부활에 시동을 건 이동국(31ㆍ전북)과 남아공 전지훈련에서 '신데렐라' 탄생의 가능성을 확인한 김보경(홍익대), 구자철(이상 21ㆍ제주)의 활약상에 눈길이 쏠린다.
이동국은 4년 만의 A매치 득점포 가동을 노린다. 베이 유나이티드전(3-1)에서 동점골과 역전 결승골을 작렬했지만 아직 '허심'을 얻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허 감독이 '가상 그리스전'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핀란드, 라트비아와의 친선 경기에서 골네트를 갈라야 '정예 멤버'가 총동원되는 코트디부아르와의 친선경기(3월3일)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12년 만의 월드컵 무대를 노리는 이동국이 허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자철과 김보경은 남아공에서의 기세를 스페인에서도 이어갈 경우 최종 엔트리 레이스의 변수로 등장할 수 있다. 허 감독은 수 차례에 걸쳐 원활한 세대 교체에 대한 의지를 밝혔고 구자철은 잠비아전, 김보경은 베이 유나이티드전에서 통렬한 중거리포를 작렬하며 잠재력을 확인시켰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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