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주간지 여성세븐은 최근 기사에서 올해 유행할 아이템 중 하나로 한국캔맥주를 선정했다. 하이트맥주 관계자는 “‘제3맥주’라 불리는 한국캔맥주는 보리를 전혀 함유하고 있지 않고도 일반 맥주와 같은 맛을 내는 주류”라며 “기존 일본 맥주(250~300엔)의 절반도 안 되는 100엔 안팎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경기불황으로 주머니가 얇아진 일본 직장인들이 즐겨 찾고 있다”고 전했다.
#. 일본의 대표적인 맥주 아사히맥주를 수입하는 롯데아사히주류는 14일 특별한 파티를 열었다. 2004년 설립된 이 회사에서 한 해 동안 판매한 아사히맥주는 9만3,000상자(24병 기준). 지난 해에는 75만 상자를 팔았다. 회사 관계자는 “불과 4년만에 8배 이상 매출이 늘어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파티였다”며 “한국 맥주와는 확실히 다른 맛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맥주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맥주 업계 양대산맥인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가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시장점유 비율(6대4)에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는 가운데, 아사히, 호가든, 기네스 등 수입맥주가 가세하면서 새 판을 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국내 맥주업체들은 일본을 비롯한 해외시장에 본격 나서면서 한국발 맥주전쟁이 해외로까지 번지고 있다.
15일 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10월까지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은 58.1%대 41.9%로 집계됐다. 이는 10여년째 이어오는 6대4 비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오비는 12월 매출이 카스 맥주의 선전에 힘입어 국산맥주 시장점유율이 45%를 넘어섰다고 15일 밝혔다. 비록 한달치의 집계를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국내 맥주업계의 점유율 비중이 5대5에 가까워지게 돼 모처럼 균형이 깨지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하이트측은 “올해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맥스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여, 잠시 주춤했던 시장점유율도 금세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수입맥주의 선전이 돋보인다. 수입맥주의 대표주자인 아사히맥주는 2005년 이후 매년 50%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며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 아사히측은 올해는 수입맥주업계 최초로 100만상자 판매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크게 늘고 있는 사케바를 중심으로 아사히 생맥주의 수요도 늘고 있다.
오비맥주의 수입브랜드 호가든은 한국에서의 인기를 감지, 2008년 9월부터 아예 한국 광주공장에서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 해 매출이 66.8% 성장했다. 디아지오 코리아의 수입맥주 기네스도 지난 해 200%의 성장세를 보이는 등 수입맥주의 전반적인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산 맥주의 해외진출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하이트맥주가 지난 해 수출한 맥주는 534만상자(20병기준). 일본, 몽골, 이라크 등이 주요 시장이며, 이중 일본에서만 395만 상자를 팔아 치웠다.
이는 2008년 대비 58.5% 늘어난 수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100% 보리맥주는 하나도 없다는 것. 하이트 관계자는 “대신 프라임드래프트라는 브랜드로 제3맥주시장에서 한 축을 형성해가고 있다”며 “일본은 한해 소비하는 주류의 70%가 맥주일 정도로 맥주애호가들이 많아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주류소비가 제한된 이라크에서도 하이트 바람이 거세다. 하이트는 2006년 쿠르드 자치구를 중심으로 맥주 1만6,000상자를 판매했는데, 4년만인 지난 해에는 20배인 41만 상자를 팔았다. 몽골의 울란바토르에는 하이트거리라는 상권이 생기기도 했다.
오비맥주는 지난 해 일본, 필리핀, 몽골, 대만 등 35개국을 대상으로 778만 상자를 판매했다. 이는 국산맥주 수출량의 60%에 해당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베르겐브로이, 코다와리 린무기나마 등 제3맥주가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판매되는 등 전세계에서 오비맥주 맛을 즐길 수 있다”며 “앞으로도 세계 시장을 놓고 업체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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