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진 음식과 술, 스트레스는 우리 피를 혼탁하게 만든다. 핏속에 지방 성분이 많아지면 고지혈증이 된다.
그런데 고지혈증이 무서운 이유는 '소리 없이' 고혈압과 당뇨병, 심장병, 뇌졸중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서양인의 질병'이었던 고지혈증은 기름진 음식 섭취가 늘면서 우리 국민에게도 이제 더 이상 낯선 질병이 아니다. 반면, '이밥(흰 쌀밥)에 고깃국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는' 북한 주민에게는 여전히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고지혈증 자각 증세없이 다른 질환 유발
고지혈증은 핏속에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트리글리세라이드) 등 지방 성분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지는 질환이다. 혈액검사에서 총콜레스테롤이 240㎎/㎗ 이상이거나 중성지방이 200㎎/㎗ 이상이면 고지혈증으로 진단한다.
고지혈증을 방치하면 동맥경화가 되고 협심증과 심근경색, 뇌졸중으로 진행된다. 심혈관과 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이 전체 사망자의 23%(5만6,388명ㆍ2006년 통계청)에 달한다.
이는 암(27.4%) 다음으로 높은 수치로 깨끗한 혈관 관리가 조기 암 검진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따라서 매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재는 것이 좋다.
고지혈증을 관리하고 심혈관과 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려면 식이요법과 금연, 절주, 스트레스 완화 등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운동은 걷기나 조깅, 줄넘기, 수영 등 유산소운동이 좋다.
음식은 육류나 동물성 지방, 달걀 노른자 등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을 피하고 올리브기름, 등 푸른 생선, 견과류 등 불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튀기거나 볶은 음식보다 찌거나 구운 음식을 먹는다.
그러나 생활습관 교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콜레스테롤은 음식섭취를 통해서도 만들어지지만 음식과 관계없이 간에서도 많이 합성되므로 전문적인 약물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스타틴 약 심혈관 질환도 예방
현재 고지혈증 치료제로 각광을 받고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은 스타틴(statin) 제제다. 스타틴 제제는 간세포에서 이루어지는 체내 콜레스테롤 합성을 80%까지 막아 '나쁜'콜레스테롤인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
콜레스테롤 합성을 저해하는 물질인 스타틴은 1971년 페니실리움, 시트리눔 등 곰팡이균에서 처음 발견됐다.
87년 로바스타틴이 출시된 이후 프라바스타틴, 심바스타틴, 아토르바스타틴, 로수바스타틴 등이 쏟아져 나왔다. 2003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스타틴을 커버스토리로 다루면서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까지 예방해주는 기적 같은 약 스타틴 시대를 환영한다'고 보도했다.
모든 스타틴 제제의 연구를 종합하면, 위험도가 높든 낮든 스타틴 제제를 복용하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특히 미국당뇨병학회(ADA)와 세계당뇨병연맹(IDF)은 초기 콜레스테롤 수치와 상관없이 당뇨병 환자에게 스타틴 제제를 처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지혈증 치료제 시장의 90% 이상을 이 약이 차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처방되는 스타틴 약은 300여종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98년부터 처방된 조코(MSD)가 특허 만료되면서 만들어진 제네릭 약(카피 약)이다. 이를 제외한 단일 약으로는 리피토(화이자제약)와 크레스토(아스트라제네카), 리바로(중외제약), 레스콜(노바티스) 등이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리피토는 연 평균 7,600만명이 복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99년 출시된 이래 3억7,000만정 이상이 팔렸다.
리피토는 8만명을 대상으로 400여개의 '알프스(ALPS)' 임상연구 등을 통해 LDL 콜레스테롤 강하 효과(39~60%)뿐만 아니라 고혈압과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과 당뇨병 발병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레스토는 '갤럭시(GALAXY)' 임상연구 등을 통해 스타틴 제제로서는 처음으로 죽상(粥狀)동맥경화증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확인되기도 했다.
스타틴 약은 보통 2주 정도 복용하면 콜레스테롤 수치 변화가 나타나고, 먹은 지 한 달 후에 검사하면 약효를 가장 잘 측정할 수 있다. 약효가 나타나지 않으면 전문의와 상담해 용량을 조절하거나 다른 약으로 바꿔 먹을 필요가 있다. 약 부작용으로는 변비, 소화불량 등 소화 부작용이고, 임신부는 먹지 말아야 한다.
내게 맞는 고지혈증 약을 먹어야
스타틴 계열 약과 달리 프로부콜, 콜레스티라마인 등의 약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니코틴산은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주고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낮추는데 사용된다. 다만 안면홍조가 나타나는 것이 흠이다. 니아스파노(애보트)가 있다.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는 전문의약품으로는 오메가3 지방산 성분의 오마코(건일제약), 피브릭산 계열의 리피딜슈프라(녹십자)와 나이아신 등이 있다.
오마코는 중성지방을 최고 53%까지 낮춰 준다. 리피딜슈프라와 나이아신(비타민의 일종)은 중성지방을 낮추는 작용 외에 고밀도(HDL) 콜레스테롤을 높여 주는 효과가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일러스트=김경진기자 jinj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