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이 올해 국내외 경기의 불확실성을 우려하면서도 투자ㆍ매출 확대 등 공격적 경영을 펼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일보가 금융ㆍ건설ㆍ전자ㆍ통신ㆍ자동차ㆍ중공업ㆍ유통 분야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77명을 대상으로 새해 경제전망을 조사한 결과다. 그러나 연초 분위기에 편승한 밝은 측면보다 그들이 꼽은 경기 위험요인과 정책과제에 오히려 눈길이 간다. 공격 경영이 기업실적 개선과 함께 고용과 미래 성장동력 확충으로 이어지도록 잘 관리할 때다.
대표기업 CEO들이 지적한 가장 큰 위협요인은 예상대로 환율이었고, 국제유가 및 원자재 불안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그 뒤를 이었다. 또 글로벌 경제의 더블 딥 가능성은 낮게 봤지만 해외 돌발변수를 걱정하는 응답이 의외로 많았다. 남유럽권의 금융 불안이 초점으로 떠오른 데다, 각국이 글로벌 위기 이후를 대비한 출구전략의 시점과 강도를 고민하는 국면이어서 경제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엊그제 중국 인민은행이 18일부터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세계 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세계 경제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이 긴축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펼지 모른다는 관측만으로 시장이 요동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조사에 응한 CEO들은 올해 성장률을 정부 예상(5%)보다 낮춰 잡고 고용 사정도 작년 수준에서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와 고용정보연구원의 일자리 20만개 이상 증가 예측을 무색케 한다.
고무적인 것은 대부분의 기업이 국내외 불안 요인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답한 점이다. 때마침 LG그룹은 올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과감한 선행투자로 전자ㆍ화학ㆍ통신 분야의 미래시장을 선점하고 '테크놀로지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조치다. 이건희 전 삼성회장이 얼마 전 "삼성도 까딱 잘못하면 10년 후 구멍가게 된다"고 경고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클수록 기업가 정신을 독려하고 지원하는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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