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31ㆍ전북)이 기나긴 골 침묵을 깨트리고 월드컵의 해를 맞은 '허정무호'의 첫 승전고를 울렸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4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 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베이에서 열린 베이 유나이티드와 연습경기에서 동점골과 결승골을 작렬한 이동국과 쐐기골을 터트린 김보경(홍익대)의 활약으로 3-1로 역전승했다.
비록 남아공 프로축구 2부리그 팀을 상대로 했지만 '비운의 스트라이커' 이동국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득점포다.
이동국은 98년 네덜란드와의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한국 축구 사상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우며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이후 거듭된 불운으로 월드컵 무대에 나서지 못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낙마했고,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무릎 인대 파열로 수술대에 오르며 '월드컵의 꿈'을 접었다.
2007년 아시안컵 이후 부진을 거듭하던 이동국은 지난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정규리그에서 20골을 터트리며 득점왕에 올랐고,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팀을 챔피언에 등극시키며 MVP까지 거머쥐었다. 그러나 대표팀에서의 활약은 미진했다.
지난해 8월 2년 1개월 만에 태극 마크를 다시 달았지만 A매치에서 중량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 8월 파라과이와의 친선경기(1-0)를 시작으로 7경기(연습 경기 포함)에서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골맛을 보지 못했다. 지난 9일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잠비아와의 친선경기(2-4)에 선발 출전한 이동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허정무 감독은 "이동국 등 타깃형 스트라이커들이 계속 부진할 경우 남아공에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데려가지 않을 수도 있다"며 '최후통첩'을 날리기도 했다.
남아공월드컵 최종 엔트리 레이스에서 쳐지는 듯했던 이동국은 베이 유나이티드전에서 모처럼 '킬러 본능'을 빛내며 사그라지는 것 같던 '월드컵 희망'을 되살렸다. 4-4-2 포메이션의 투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한 이동국은 0-1로 뒤진 전반 25분 왼발 슛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전반 30분 아크 왼쪽에서 왼발 중거리포로 역전 결승골을 작렬했다.
비록 A매치는 아니지만 이동국이 대표팀 경기에서 골네트를 가른 것은 2006년 2월 미국 LA에서 열린 멕시코전(1-0) 이후 4년 만이다.
골 기근을 해갈한 이동국은 스페인에서 치르는 핀란드(18일 오후 11시 10분), 라트비아전(22일 오후 11시 30분)에서 '해결사'로서 능력을 다시 평가 받을 전망이다. 베이 유나이티드전을 끝으로 남아공 전지훈련을 마무리한 대표팀은 16일부터 스페인 말라가에서 전력 담금질에 돌입한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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