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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이티 대지진의 참상과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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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이티 대지진의 참상과 교훈

입력
2010.01.1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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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카리브 해의 빈국 아이티가 대지진으로 국가적 재앙을 겪고 있다. 12일 수도 포르토프랑스를 진앙으로 작은 섬나라를 뒤흔든 규모 7.0의 강진은 대통령 궁과 의사당을 비롯해 국가 중심부를 거의 초토화했다. 사망자만 5만~1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애초 허술한 국가기능이 마비돼 재난 구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한 형편이다. 우리도 인도적 지원에 적극 동참하는 동시에 자연 재해에 대처하는 국가 역할의 중요성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아이티 지진은 그 자체로 재앙이다. 그러나 서반구의 최빈국으로 꼽힐 정도로 망가진 인프라와 국가제도의 부패와 무능이 재앙을 감당할 수 없이 키웠다는 지적이다. 퇴락한 건물들이 강진에 속절없이 무너졌고, 숱한 인명이 잔해에 깔려 신음하는데도 속수무책인 형편이다. 국제사회가 지원을 서두르면서도 재앙의 인위적 내력을 되짚는 까닭이다.

인구 1,000만 명인 아이티는 19세기 초 무장투쟁으로 프랑스 식민통치에서 독립한 선구적 국가이다. 특히 노예 출신 흑인들이 세운 최초의 공화국으로 중남미 피압박 민족의 희망이었다. 실제로 체 게베라 이전의 전설적 혁명가 시몬 볼리바르를 지원, 중남미 여러 나라의 독립에 기여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미국의 점령통치, 악명 높은 뒤발리에 장기독재, 민주화, 군부 쿠데타, 미국의 무력 개입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자립 능력을 상실했다.

1인당 GDP 700 달러 선에 실업률 60%가 넘는 아이티는 적대세력의 분쟁마저 이어져 유엔 평화유지군이 장기 주둔하고 있다. 형식적 민주정부가 복귀 했으나 정부와 국가의 역할은 미미한 형편이다. 이 때문에 카리브 연안을 휩쓰는 허리케인 때마다 유독 많은 인명피해를 내는 등 자연과 인간이 합작한 재앙이 거듭되고 있다.

아이티의 참상에 유엔과 미국 프랑스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신속하게 구호에 나섰다. 다행히 한국인 피해는 거의 없지만, 국가 위상에 걸맞은 지원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재난대비 체제도 다시 점검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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