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의 지령을 받고 간첩활동을 벌인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최양준(71)씨에게 법원이 27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여상원)는 14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5년의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한 최씨에 대한 재심에서 “간첩활동을 했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씨는 돈을 벌기 위해 일본에 건너간 뒤 여권 위조 등으로 1982년 강제 추방당해 김해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부산보안대에 끌려 갔다”며 “보안대는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영장도 없이 최씨를 불법 구금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최씨는 전기고문과 물고문에 이어 손톱 밑에 대바늘로 찔리는 등 가혹행위를 당했고, 고통을 참지 못해 허위자백을 했다”며 당시 수사기록이나 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조총련 오사카본부 조직부장의 지시로 국내에 들어와 간첩활동을 벌였다는 혐의로 서울 보안사령부 서빙고분실 등에서 불법 구금돼 조사를 받은 뒤 83년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고, 91년 가석방됐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지난해 4월 이 사건을 조작된 것으로 판정함에 따라 최씨는 재심을 청구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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