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에 '훈주민'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훈주민'은 다큐멘터리로는 기록적인 21.5%(AGB닐슨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한 MBC '아마존의 눈물'에 나온 '훈훈하게 생긴(잘생긴) 원주민'을 뜻한다.
그들에게 우리의 외모 기준을 들이대는 점은 불만스럽지만 '훈주민'은 역설적으로 원주민에 대한 '아마존의 눈물'의 접근 방식이 옳았음을 보여준다. 아마존 원주민 조에족은 몸을 거의 드러낸 채 살고, 아랫입술을 뚫어 장신구를 끼우며, 남녀 모두 여러 명과 부부관계를 갖는다. 하지만 '아마존의 눈물'은 그들의 삶을 문명의 잣대로 해석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그들의 몸, 사냥한 짐승을 해체하는 행위, 부족끼리만 혼인하는 관습을 그대로 따라간다.
'아마존의 눈물'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마존이 아닌, 봐야 하는 아마존을 보여준다. 시청자는 아마존을 머리로 이해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임을 깨닫는다. 조에족도 꾸미길 좋아하고, 애완동물은 먹지 않으며, 사냥한 음식은 골고루 나눠 먹는 등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낯선 아마존 원주민은 어느새'훈주민'으로 다가온다.
감각적인 보여 주기의 힘은 영화 '아바타'에서 극대화된다. '아바타'의 외계 나비족은 가상의 종족이고, 인간과는 매우 다른 생김새를 가졌다. 하지만 영화는 그들에 대해 설명하는 대신 'ENTER THE WORLD'라는 영화 카피 그대로 관객에게 그들의 행성을 체험하게 한다. 행성의 하늘과 땅 사이 공간마저 그대로 담은 듯한 3D 영상을 통해 관객은 그곳을 실제 행성으로 착각하고 나비족에게 매력까지 느낀다. 관객들이 영화 후반 인간을 증오하는 나비족의 외침에 동의하는 것은 강렬한 시각적 체험의 영향이 얼마나 멀리까지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순간이다.
'아마존의 눈물'이 지적인 설명보다 날것을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줬다면, '아바타'는 보여주기의 압도적인 힘이 현실보다 더 강력하게 사람을 몰입시키는 가상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증명한다. 그래서 '아바타'의 나비족이 'I see you(난 당신을 본다)'를 되풀이하는 건 의미심장하다. 보이는 것은 존재이고, 존재를 믿으면 곧 그것을 받아들인다. 우리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존재를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시대의 시작점에 선 게 아닐까.
대중문화 평론가 lennon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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