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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밖에서도 집에서도 유독 덜덜덜~ 어딘가 이상?

입력
2010.01.1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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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맞닥뜨린 겨울다운 겨울이 버겁다. 몇 년 동안 포근한 겨울에 익숙해진 터라, 연일 이어지는 영하의 기온이 더욱 혹독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유난히 추위를 탄다면 단순히 날씨 탓만이 아닐 수도 있다. 남들보다 더 추위를 타거나 몸이 찬 것은 어떤 질환의 증상 중 하나일 수 있으므로, 무심히 지나치지 말고 원인을 파악해 치료해야 한다.

유난히 추위 타면 갑상선기능저하증?

주부 김모(48)씨는 찬바람이 불면 두문불출, 은둔생활을 시작한다. 집에서도 난방을 자주해 가족들의 원성을 듣지만 몸이 좀처럼 따뜻해지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직장인 박모(34)씨는 손발이 차가워 평소에는 물론이고 잠자리에 들 때에도 온몸을 꽁꽁 싸매야 한다. 이처럼 겨울이면 유난히 추위를 타서 고생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증세는 주로 여성에서 많이 나타나지만 남성도 예외는 아니다.

유난히 추위를 탈 때 가장 먼저 의심해 볼 수 있는 질환은 갑상선기능저하증이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갑상선에서 호르몬이 적게 분비돼 몸 전체의 대사과정이 느려지는 질환이다. 갑상선호르몬은 우리 몸의 대사과정을 촉진해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데, 이때 부수적으로 열을 발생한다. 따라서 이 호르몬이 부족하면 우리 몸의 모든 기능이 떨어지고 처지게 된다. 매사에 무기력하고 기억력이 감퇴하며 몸이 쉽게 붓는다. 또한 입맛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체중이 늘고 체온이 낮아져 추위를 견디기가 어렵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혈액 내 갑상선 호르몬의 양을 검사하면 쉽게 알 수 있다. 확진한 뒤에는 갑상선 자가항체 검사, 갑상선 스캔 등을 통해 원인을 진단해 그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한다. 치료는 부족한 만큼 갑상선호르몬을 약제 형태로 1일 1회 복용한다. 갑상선호르몬을 적게 투여하면 증상이 개선되지 않고, 너무 많은 양을 투여하면 오히려 호르몬 과다로 골다공증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호르몬 검사를 정기적으로 해서 용량을 조정해야 한다.

다양한 수족냉증 원인, 정확히 검진해야

찬바람만 불면 손발이 차다, 저리다, 따끔거린다는 식으로 주관적인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현대 의학에서는 수족냉증을 질병으로 보지 않는다. 김병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실제로 손발이 차거나 시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를 신경학적으로 검사해 보면 아무런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간혹 동맥경화증이 있어 혈액순환이 안 돼 체온이 낮아지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다. 다만 손발이 저리거나, 아프거나, 화끈거리거나, 찌릿찌릿한 느낌이 있으면 말초신경에 장애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손발 저림은 말초신경계의 병과 관계가 많다. 특히 말초신경 가운데 감각신경에 병이 났으면 손발이 저리거나 통증이 오며 감각이 둔해진다. 감각은 피부의 신경 말단에서 척수를 거쳐 대뇌에 이르는 긴 경로를 지나게 되므로 그 경로 가운데 어디에서건 병이 나면 감각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

추울 때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이 하얗다가 파랗게 변하고, 회복 단계에서 붉은색을 거쳐 원래 색깔로 돌아오면 레이노이드증후군일 수 있다. 젊은 층에서 자주 나타나는 질환으로, 빨리 치료할수록 증상 악화를 막고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이수곤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레이노이드증후군은 비교적 흔한 증상으로 전 인구의 10% 정도에서 나타나며 특히 젊은 여성은 20~30%가 이 질환을 앓는다"고 말했다. 말초혈관의 이상반응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팔다리 말단까지 혈액이 가지 못하는 허혈 증세로, 추우면 손발가락 끝의 혈관이나 혈관신경이 과민 반응을 일으켰다가 따뜻해지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치료법으로는 혈관을 확장하는 약물을 투여하거나, 통증을 줄이기 위해 교감신경을 절단하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도 모를뿐더러 완치제도 없는 상태이므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찬 곳을 피하고 추위에 노출될 때 장갑을 착용하는 등 보온에 신경 쓴다. 특히 흡연이 주 원인으로 꼽히므로 금연은 필수다.

그러나 손발 저림이 언제나 말초신경 이상에 의해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척수 장애나 대뇌 이상 등 중추신경 장애가 원인일 수 있으며, 관절통이나 말초혈관의 혈류장애 등 신경계 이외에서 생긴 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다. 따라서 손발 저림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일단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손발이 비정상적으로 차면 심혈관질환, 빈혈, 내분비질환이 있는지 검사해봐야 한다. 여성의 경우 월경불순이나 월경전증후군, 냉대하, 복부통증과 관련이 있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중년 여성의 수족냉증은 난소 호르몬이나 혈류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난소호르몬이 부족하거나(폐경기 여성), 난소호르몬 변동이 심해져 호르몬간 조화가 깨질 때(가임기나 갱년기) 수족냉증이 심해지거나 발생할 수 있다. 생리할 때는 난소호르몬이 떨어져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윤병구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손발이 너무 차다 싶으면 여성호르몬검사 등을 실시해 호르몬 치료를 하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한 수족냉증, 말초동맥질환 의심해야

수족냉증이 심하거나 손발 말단이 하얗게 변하면 말초동맥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말초동맥질환은 말초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손발 근육과 세포에 산소와 각종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병이 진행되면 증상이 나타나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안정을 취할 때도 손발저림과 통증이 지속된다.

말초동맥질환은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므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엔 디스크나 관절염 등과 증상이 비슷해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방치하면 혈관에 궤양이나 괴저(썩는 것) 현상이 나타나 절단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민필기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허리나 관절에 이상이 없는데 손발 저림이나 통증이 나타난다면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말초동맥질환은 발목혈압지수(ABI) 측정과 혈관초음파촬영 등으로 진단한다. 특별히 손발저림 증상이 없어도 70세 이상 고령인이나 50세 이상 흡연자, 당뇨병 환자, 50세 미만이라도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이 있으면 발목혈압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일단 말초동맥질환 진단이 나오면 혈전용해제와, 고혈압 약 가운데 혈관을 확장하는 약제를 사용해 치료한다. 말초동맥이 막혀 회복이 힘들면 혈관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인공혈관을 삼입하는 혈관우회수술을 하기도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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