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new, young or fresh?"
여성복브랜드 오브제의 창업자 겸 디자이너인 강진영ㆍ윤한희 커플을 13일 오랜만에 만났다. 오브제를 인수한 SK네트웍스와 지난해 1월 결별 이후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어패럴디자인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강진영씨가 겨울방학을 맞아 모처럼 귀국한 것이다.
마침 내달 열리는 뉴욕컬렉션과 그 기간 동안 한국패션문화 홍보를 위해 문화관광부가 여는 뉴욕패션문화쇼룸 사업이 화제에 올랐다. 1990년대 초 압구정문화의 탄생과 함께 국내에 공주옷 신드롬을 일으켰던 주역이자 '성공한 최초의 글로벌 브랜드'를 목표로 2003년 뉴욕 현지에서 하이패션브랜드 Y&Kei를 런칭하고 8회에 걸쳐 뉴욕컬렉션에 참가, 뉴욕패션업계에 대한 이해가 높은 두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뉴욕에 진출하려는 국내 디자이너들의 성공 필요조건을 물었다. 답은 명쾌했다.
"딱 세 마디로 정리하죠. 'Are You New, Young, Fresh?'이겁니다. 처음 뉴욕에 진출하는 디자이너들에게 패션미디어나 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당신(브랜드)은 기성브랜드와 차별화될 수 있나, 젊은가, 즉 장래성이 있나, 그도 저도 아니라면 적어도 신선미를 제공할 수 있나 이게 관건인 거죠."
두 사람은 "지금 뉴욕에서 각광 받는 디자이너들, 알렉산더 왕, 프로엔자슐러, 타쿤 등을 보면 결론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모두 20대 후반, 패션관련 미디어나 업계서 키워주고 끌어주고 싶어하는 '젊고 신선한 피'이다. 한국에서 입지를 다지고 현지로 진출하려는 디자이너들이 40대를 넘기는 경우가 태반인 것을 생각하면 다소 우울한 현실. 더구나 현지화의 필요불가결한 조건인 언어 문제까지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늦은 나이에 해외 진출해서 성공하려면 재기발랄한 아이돌의 매력이 아닌 독창성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브랜드 정체성이 남달라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지금 한국의 패션시장 현실에서 그게 가능할까요?"
브랜드 정체성을 추구하는 대신 최신 유행에 편승해 브랜드 마다 너도나도 비슷비슷한 옷을 양산해내는 국내 패션업계의 현실, 이로 인한 글로벌 브랜드의 빠른 시장잠식 등을 생각하면 뼈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뉴욕과 파리 등 글로벌 패션산업의 본무대에 진출하려는 꿈을 가진 디자이너나 브랜드라면 한 번쯤 이들의 조언을 새겨 볼 일이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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