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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좋은 영어교사 확보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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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좋은 영어교사 확보부터

입력
2010.01.1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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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실용적인 영어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회화 수업을 늘리고 수능 듣기문항을 50%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실용영어를 가르칠 공교육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과과정과 평가방식을 먼저 바꾸면 사교육만 부추길 것이 우려된다. 영어 공교육의 정상화는 교사 양성과 임용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교과과정, 평가, 인프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사의 질이다. 어떤 사람이 좋은 영어교사라고 할 수 있을까?

영어교사 자격 너무 까다로워

중ㆍ고교 영어교사의 자격은 사범대를 졸업하거나 영문과에서 교직과정을 이수해야 주어진다. 사범대 진학이나 교직과정 이수를 결정하는 시기는 대학입학 때와 1학년 때이다. 일찍부터 교사가 되겠다고 결심하지 않으면 나중에 아무리 영어를 잘하고 잘 가르칠 자신이 있어도 교사가 되기 힘들다. 대학 졸업 후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길은 영어관련 학과를 졸업한 사람이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석사과정을 마치는 것뿐이다. 그나마 교육대학원 정원이 적어서 경쟁률이 매우 높다.

사범대, 교직과정, 교육대학원 세 과정 중 하나를 마치지 않으면 아무리 유능한 학원 강사도, 미국서 교사를 지낸 사람도, 영문학 박사도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칠 수 없다. 게다가 교사 자격만으로는 공립학교 교사가 될 수 없다. 임용고사에 합격해야 하는데 그 경쟁률 또한 매우 높다.

한국인 교사는 자격요건이 이토록 까다롭지만, 원어민 교사 자격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국가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자'이다. 이들은 영어교육을 전공하지 않아도, 교육학 관련과목을 수강한 적이 없어도, 적절한 훈련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우리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다. 게다가 이 기준은 2년제 대학 졸업자,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국가로 확대될 소지가 다분하다.

한국에서 대학을 나왔다고 누구나 좋은 한국어 교사가 될 수는 없다. 불공평하게도 원어민 영어교사에겐 지나치게 느슨한 자격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원어민 교사에 비해 한국인 교사자격 기준이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엄격한 점이 궁극적으로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요건을 갖춘다고 최상의 영어교사라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어린 나이에 교사를 천직으로 삼는 것만이 교사의 전문성을 담보하는지 의문이다. 사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사람이 더 열성적인 교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교사가 되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의학이나 법학처럼 교육전문대학원을 만들자는 논의가 있다. 영어과목 만이라도 이 제도를 도입해 봄직하다. 영어는 기능적 측면이 강한 과목이다. 자격요건만 따지다 영어 잘하는 한국인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큰 낭비다.

영어 잘하는 한국인 활용을

요즘 교실에는 원어민 못지않게 영어 잘하는 학생이 수두룩하다. 교사 스스로 영어 구사력에 자신이 없으면 자괴감에 빠지기 쉽다. 사교육에 의존하는 영어교육을 공교육으로 끌어들이려면 문호를 개방해 더 많은 이들이 영어교사 자격을 얻을 수 있게 하고, 그 중에서 학교가 최적의 교사를 가려 뽑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다행히 최근 학교별로 교육과정의 자율 운영을 허용하는 추세다. 학교가 채용위원회를 구성해 훌륭한 영어교사를 뽑을 수 있으면 학부모들이 굳이 사교육에 중복 투자할 이유가 없다. 모든 교육 문제의 해결은 좋은 교사의 확보에서 비롯된다. 근본적 제도 개선 없이 교과과정이나 입시방식만 손댄다면 본말이 바뀐 것이다.

채서영 서강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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