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이 세종시 문제로 요동치고 있다. 정부와 여권 주류는 세종시 수정안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으나 야권과 여당 내 친박계 의원들은 '원안 고수'를 외치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세종시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이에 정계 원로와 중진, 학계 인사 등 6인으로부터 세종시 갈등 해법을 들어봤다. 이들은 정치지도자들이 나라 전체를 생각하면서 충분히 대화하고 토론해 문제를 풀어가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쟁으로 흐르는 이 사안을 정책쟁점으로 돌려놓기 위해 정치권뿐 아니라 학계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차원에서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
감정보다 이성으로 돌아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할 때이다. 어느 것이 나라와 충청도민을 진실로 위하는 길인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세종시법은 이미 국회에서 통과됐기 때문에 야당의 반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여당이 계파 별로 이전투구하는 모습은 정말 보기 딱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친박계를 설득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나라의 지도자답게 충청도민에 대한 약속과 신의만을 내세우기 보다 국가 미래와 국민 전체에 대한 신의도 생각해야 한다. 정부는 충청도민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른 지역이 역차별 받는다는 의심도 해소해줘야 한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정을 추진하게 되면 해법을 찾을 수 없다. 더욱이 여당 내에서도 의견 일치가 안 되고 있다. 세종시법은 여야가 수없이 상의하고 노력해서 만든 결과이다. 정부가 국민적 합의와 정치권 동의 없이 수정을 밀어붙인다면 어떤 해법을 기대할 수 있는가. 정부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우선 원안을 존중해야 하고, 수정이 필요하다면 여야가 다시 만나 상의하고 진심으로 여론을 청취한 뒤에 시작해야 한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이명박 대통령이 수정안에 대한 여론의 윤곽이 잡힌 뒤 수정안 추진이냐 포기냐를 두고 결정해야 한다. 세종시 논의가 정치적 게임으로 진행돼 되돌리기 쉽지 않다. 정부의 추진 과정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와 충청도민에게 정중히 이해를 구하는 과정도 생략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이 세종시 수정 입법안 처리 시점을 두고 고민하는 것은 그 기간 동안 갈등을 반복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 이 대통령의 아젠다인 만큼 이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
성급하게 타협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갖지 말아야 한다. 어떤 방안이 국가 백년대계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토론해야 한다. 국회는 국회대로 논의하고, 시민사회와 학계도 다양한 차원에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예컨대 행정부처 이전 시 비효율 비용이 100조원이라는 정부 주장에 대해 검증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론이 형성되고 타협도 가능해진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세종시를 정책적으로 논의하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원안과 수정안의 장단점을 밝히고 부작용이 있다면 보완책을 찾으면 된다.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그러나 현재 논의는 여당 내 계파 갈등과 여야 갈등의 도식 하에서 정치적으로 흐르고 있다. 정부도 밀리면 레임덕이 온다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정치권 외에도 학계, 기업, 시민단체,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범국민적 논의기구를 통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김주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세종시는 시급한 사안이 아니다. 데드라인을 정하지 말고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원안과 수정안 모두 국가에 도움을 주는 플랜인 만큼 전문가들을 모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여러 방안을 놓고 토론하면 새로운 대안이든 타협안이든 나오게 될 것이다. 현재 논의는 여야의 정치 논리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의 주도권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정치인을 배제하고 전문가들이 공개 논의를 통해 풀어갈 필요도 있다.
김회경기자
이동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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