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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온라인게임을 밝은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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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온라인게임을 밝은 곳으로

입력
2010.01.15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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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법성이 논란돼온 온라인게임 아이템과 게임머니의 현금거래에 대해 최근 대법원이 처음으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들은 온라인게임 '리니지' 게임머니'아덴'을 현금거래, 게임산업진흥법 위반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 제18조의 3에 따르면 환전을 금지한 '게임머니 및 이와 유사한 것'은 '게임물을 이용할 때 베팅 또는 배당의 수단이 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여야 하나, 사행성 게임과 달리 리니지의 아덴은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게임머니 거래 무죄판결

대법원은 리니지 게임이 우연적 요소보다는 게임 이용자들의 노력이나 실력, 게임에 들인 시간이나 그 과정에서 증가되는 경험적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 정도가 더 강하다고 보았다. 특히 이 판결은 온라인 공간에서의 노동이 오프라인의 재화와 교환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학부모단체에서는 이번 판결이 게임 중독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문화지체(cultural lag)'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오그번(W.F.Ogburne)이 주장한 이론으로 한 사회의 문화는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이 있는데, 문화지체는 이 둘 사이의 사회적 부조화를 의미한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보면 비물질적인 것, 그 중에서도 개인과 사회의 인식에 있어서도 '지체'는 나타난다.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 과정에서 유난히 변화의 속도가 늦거나 변화가 없는 영역이 생기게 된다.

경제가 성장하고 안정적인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효율과 성과에 기반해 일과 노동에 대해 이루어졌던 획일적 가치 판단도 개인이 가진 다양성을 고려하여 유연하게 적용되기 시작했다. 아울러 일의 중요성만큼이나 여가, 즉 '노는 것'에 대한 의미부여도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새로운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한 필요과정으로서의 쉬는 의미에서, 오히려 즐겁게 잘 쉬기 위해 일을 한다는 적극적인 의미로까지 여가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것이다. 다시 말해 '노는 것은 죄악'이라는 인식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가와 관련하여 변하지 않는 인식도 있다. 바로 게임, 그 중에서도 온라인게임에 대한 인식이다. 온라인게임은 여가를 보내는 하나의 방식이지만 여전히 중독되기 쉬운 위험한 것이며, 폭력적이고 선정적이기 때문에 개인의 인성을 황폐화하고 각종 일탈을 조장하는 아주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정말 그런가? 이에 대한 수많은 연구결과들이 있지만 게임과 일탈에 대한 직접적인 관계를 제시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청소년들을 온라인게임에 몰두하게 만드는 가정과 사회적 환경에 대한 관심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가정과 사회 인식 변화를

이제까지와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온라인게임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게임은 영화에 비해 50배에 달하는 수출액 때문에 산업적 측면에서는 호응을 받고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거의 모든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고, 그 중 대다수가 온라인게임을 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은 온라인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잘' 이용하게 하는 것이다.

학습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게임의 이용이 이루어지고 부모님들과 함께 하는 게임이 늘어난다면 가정 내 소통의 부재는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숨어서 몰래 하는 게임 때문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이젠 가정과 사회가 풀어줘야 할 시기가 됐다.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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