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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노는 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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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노는 날' 이야기

입력
2010.01.1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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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남의 피고름 닦는 일이 좋을 게 뭐가 있느냐며 의사될 생각 아예 말라시던 어머니였다. 그럴 때면 '인민군한테 붙잡혀도 대접 받는 건 의사 밖에 없다'며 은근히 이과(理科)를 권했던 선친은 하릴없이 혀만 차시곤 했다.

신문사에 입사했던 이듬해 설날, 어머님 뜻대로 '피고름' 없는 직장에서 일하게 됐다는 뿌듯함을 안고 시골집에 내려갔다. 그런데 한의사가 된 한 친구가 우리 집에 새해 인사 차 들르자 그 친구를 부러운 듯 바라보시며 하셨던 어머님 말씀.

"이 애는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일을 한다네. 직업을 잘 못 택해서 인생을 조진 거야."

우리는 어머니의 '엉뚱한' 지청구에 폭소를 터뜨렸지만, 자식사랑 한 마음인 어머니로서는 '피고름' 피한 것 보다 '남들 다 노는 날'과는 별로 인연이 없게 됐다는 게 더 애가 타셨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연말부터 최근까지 우리 사회에서 새삼 '노는 날'에 관한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체로 공휴일이나 휴가를 늘리자는 얘기다. 먹고 사는 일에 지친 월급쟁이들만의 공론이 아니다. 정부와 국회가 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연말 '노는 날' 얘기가 불거진 것은 올해, 즉 2010년의 '저주 받은 캘린더' 때문인 듯하다. 공휴일 14일 중에 6일이 일요일과 겹쳤으니, 곳곳에서 비명과 탄식이 터져 나올 법도 했다. 급기야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칠 경우 다음날을 대체휴일로 하자는 대체휴일제 관련 법안이 주목을 받았고, 정운찬 총리도 관련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정치권의 대체휴일제 추진은 '노는 날'을 늘려 월급쟁이들의 환심을 사자는 차원만은 아니다. 그 보다는 국민의 연휴 관광 및 레저활동을 자극해서라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내수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절박한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의 대체휴일제 검토계획이 '2010년 경제정책방향'에 반영된 점이나, 대체휴일제를 도입하면 국내 관광소비 지출액이 평년의 30% 수준인 4조6,000억원이나 증가해 8조원대의 생산유발효과를 내고 14만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문화체육관광부 측의 보고서는 이런 정책적 배경을 분명히 보여준다.

정부와 정치권, 국민 다수가 원하고 있는 대체휴일제 도입의 가장 중요한 걸림돌은 기업들의 부담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대체휴일제가 도입돼 해당일에 휴일특근비 등을 적용할 경우 약 1조4,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 주요국 대부분이 일요일과 겹치는 법정 공휴일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대체휴무를 보장하고 있는데다, 내수와 일자리 부양이라는 대의가 분명한 이상, 기업의 단기 비용 부담 때문에 대체휴일제 도입을 미룰 필요는 없어 보인다. 정 비용부담이 문제가 된다면 산업별, 기업별 임단협 등을 통해 절충점을 찾아낼 수도 있다.

대체휴일제가 도입되면 무엇보다도 어린이와 학생들이 공식적으로 숨 돌릴 수 있는 '노는 날'이 많아진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어차피 휴일에도 공부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수업을 받는 것과 '노는 날'에 하는 공부는 해방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런 점에서 대체휴일제는 그것이 실제에서 어떻게 운용되든, 우리 사회와 가정의 전반적 '행복감'을 높이면서도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임 셈이다. 설 전에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장인철 생활과학부장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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