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대립과 갈등이 있는데도 종단이 내면적인 문제에 치중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더 이상 소가 닭 보듯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로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불교 조계종 총무원이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화쟁위원회' 구성 등을 핵심으로 하는 '종단 4개년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자승(55) 총무원장 취임과 함께 출범한 제33대 집행부의 향후 4년을 가늠케 할 로드맵이다. 자승 총무원장은 12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통과 화합'을 발원(發願)하는 종단 운영 방침을 밝혔다.
총무원은 ▦수행 종풍 선양 ▦교육과 포교를 통한 불교 중흥 ▦사회적 소통과 공동선 실현을 제33대 총무원의 3대 종무 기조로 제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종단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 부분이다. 총무원은 "진보와 보수, 노와 사, 남과 북, 정부와 NGO 등 각종 사회적 이견과 갈등을 화쟁(和諍ㆍ'모든 대립적 이론을 조화시킨다'는 원효의 사상)하는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자승 총무원장은 "근현대사 속에서 한국불교, 그리고 조계종단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얼마나 그 책임을 다했는지 겸허히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며 "혼란과 고통의 현장을 함께 겪고 보듬어야 할 종교단체 본연의 역할을 다했는지 무거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인권, 환경, 다문화, 노동, 평화 등의 분야에서 불교계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총무원은 스님과 NGO 활동가, 학자들이 참여하는 '화쟁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총무원은 "용산참사, 평택 쌍용자동차 분규 등의 사회 갈등 문제가 생겼을 때 불교계가 나서서 중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무원은 이밖에 사찰 주지에 대한 인사고과제 도입 등 25개 주요과제도 발표했다.
인사고과제는 조계사를 비롯한 종단 직할 교구 460여 사찰의 주지를 대상으로 올 하반기 우선 실시한 뒤 각 교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종무행정ㆍ포교ㆍ재정ㆍ승보 관리 등 분야별로 점수를 매겨 합산한 뒤 기준에 못 미칠 경우 재임에 제한을 둘 방침이다. 총무원은 "신도 교육, 가람 수호 등과 함께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을 내실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제도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스님들의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도 핵심 과제로 강조됐다. 총무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승가교육진흥위원회'를 구성해 기본 교육내용 개편은 물론, 영어 특수학교(도량) 설립 등 재교육 방법을 다양화할 방침이다. 자승 총무원장은 "조계종단은 전통 교육에 대한 자부심으로 세계 불교계의 다양한 수행 흐름에 조응하지 못한 점이 있다"며 "사회와 역사에 부응하고, 자비를 구현하는 승가 교육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의지를 나타냈다.
보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전통 사찰 및 불교 무형문화유산 활용, 템플스테이 국제화 등의 과제도 발표됐다. 총무원은 이와 같은 각종 사업을 위한 재원으로 공공수용 등으로 처분되는 사찰 토지를 적극 활용하고 각종 수익사업 개발도 병행할 계획이다. 총무원은 "교구 본사의 의견을 수렴해 처분금을 종단에 적립, 해당 교구의 숙원 사업을 위한 재원으로 쓰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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