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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잔치는 누구 돼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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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잔치는 누구 돼지로?

입력
2010.01.1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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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잔치에 우리 집 돼지를 잡는 꼴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한 11일 박성효 대전시장은 이런 말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여기서 죽게 생긴 '우리 집 돼지'란 대덕연구개발특구를 뜻한다. 박 시장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세종시에 들어설 경우 35년간 과학 기술의 메카였고,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유력한 후보지였던 대덕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수정안에 반대했다.

그러나 정작 대덕의 26개 정부출연연구기관장들은 이날 수정안 지지 성명을 전격 발표했다. "출연연구기관 일동은 … 세종시를 교육 과학 중심의 경제 도시로 건설하려는 정부의 정책에 뜻을 같이한다." 여권과 보수 단체를 제외하고는 첫 지지 성명이었다.

그동안 과학비즈니스벨트의 대덕 유치를 위해 긴밀히 협조했던 대전시와 대덕 기관장들의 시각차가 하루 아침에 이렇게 갈린 것이 놀라웠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무려 28명이나 되는 기관장들이 미리 준비라도 해 놓은 듯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게 성명을 낸 점이다. 덕분에 수정안 발표 직후 대전에 내려와 TV토론회에 참석한 정운찬 국무총리는 "과학 기술계는 찬성한다"고 이 성명을 십분 활용했다.

그러나 대덕의 연구원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 것 같다. "지지 성명은 기관장들의 눈치 보기의 산물" "대덕과 세종시의 중복 투자 문제는 눈 감는가"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적합도에서 세종시는 6위에 불과했는데…"라는 비판 글이 인터넷에 오르고 있다.

대덕의 기관장들이 자발적으로 총대를 멨는지, 등 떠밀려 나섰는지 그 속을 알 수는 없지만 어찌됐든 과학 기술계의 정치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에서 좀 떨어져 있어야 안전할 '우리 집 돼지'가 정말 걱정된다.

전성우 정책사회부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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