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대학병원 중환자실의 진료 여건이 싱가포르나 일본은 물론 의료 후진국으로 알려진 인도네시아나 중국보다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중환자의학회은 12일 '우리나라 중환자 진료의 현황과 문제점 개선 방안'에서 아시아 각국 대학병원의 중환자실 내 병상 대비 인공호흡기 비치율(2008년 6월 기준)을 조사한 결과,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중환자실 1병상당 1대의 인공호흡기를 갖췄지만 한국은 1대1 비치 기준을 충족한 비율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46.7%에 불과했다.
중국(61.5%)과 인도네시아(64.3%) 도 우리나라보다 높았으며, 인도(30.3%)만이 유일하게 한국보다 열악했다.
중환자실 내 1병상당 1명의 간호사를 충족하고 있는 비율도 한국은 13.3%로 중국(61.5%), 말레이시아(60%), 인도네시아(28.6%), 인도(25%), 싱가포르(20.0%)보다 낮아 최하위에 머물렀다.
중환자실을 전담하는 전문의가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학회의 이영주 이사(아주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미국이나 호주는 중환자 5~8명당 1명의 전문의가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대형병원에서도 전문의가 없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현 보건복지가족부 고시에는 전담의 자격에 대한 규정이 없어 인턴, 레지던트, 일반의 등이 전문의의 지도ㆍ감독 없이 중환자를 진료해도 상관없게 돼 있다.
국내 대학병원 중환자실의 여건이 이처럼 열악한 것은 국내 중환자의학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져 있는 데다, 그나마 제대로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병원들마저 해마다 막대한 적자로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의학회는 일본의 중환자실 운영규정처럼 간호사 1인이 2병상의 환자를 간호하고 전문의가 중환자를 진료할 경우, 국내에서는 한 병상당 연간 8,000만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윤석 중환자의학회 회장은 "중환자실은 중환자들 삶의 마지막 비상구이며, 제대로 된 중환자의료진료시스템은 국가의료 수준의 잣대"라며 "이제 중환자실을 전문지식이 있는 전문의가 맡도록 정부 고시를 개정하고, 중환자실 상주 전문의사에 대한 수가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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