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항공사 일본항공(JAL)이 다시 비상할 수 있을 것인가. 8,600억엔(10조원)에 이르는 채무초과에 2년 연속 막대한 적자까지 겹쳐 경영 악화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JAL의 법정관리 신청(19일)이 임박했다. 수년에 걸쳐 JAL 경영정상화작업을 벌이면서 한때 전일본항공(ANA)과 통합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일본 정부가 이를 접고 수천억엔의 출자ㆍ융자를 계획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11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기업회생을 돕는 일본의 민관합작펀드 기업재생지원기구는 JAL의 경영재건을 위해 금융기관에 3,500억엔의 채권 포기 등을 요청, 자산을 초과한 현재 8,600억엔의 채무 중 7,300억엔을 탕감할 계획이다. 이후 3,000억엔을 출자해 자산 초과 상태로 만드는 것은 물론 4,000억엔이 넘는 융자도 지원한다.
또 2012년까지 그룹 전체 직원의 약 30%에 해당하는 1만5,600명을 감축하고 주주 책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100% 감자를 통한 상장폐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최대 53%까지 감축할 계획으로 전현직 사원 동의를 받고 있는 기업연금은 3분의 2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연금 자체를 없애는 해산절차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국토교통성 장관은 8일 법적정리를 통한 경영재건 방침을 밝혔고 사적화의를 요구했던 주요 채권단도 이를 수용키로 했다. JAL이 19일께 회사갱생법에 따른 지원(한국의 법정관리에 해당)을 신청하면 재생기구는 이 같은 지원계획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1951년 설립돼 일본은 물론 아시아를 대표하는 항공사로 성장한 JAL은 2000년대 들어 9ㆍ11테러,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유행 등에 따른 여객 인구 감소, 복수 노조와 막대한 기업연금 등 비효율적인 기업 구조로 적자 규모가 계속 불어났다. 채산이 맞지 않는 데도 잇따라 생겨나는 지방공항에 울며 겨자 먹기로 취항한 것도 경영 압박 요인이었다. 2008년도에 631억엔 적자, 2009년도에는 전반기에만 1,312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