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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선생님, 도서관 고마워요" 송파구 마천동에 문 열어…양치질하고 책 읽고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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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선생님, 도서관 고마워요" 송파구 마천동에 문 열어…양치질하고 책 읽고 '인기'

입력
2010.01.1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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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1시 서울 송파구 마천2동 거여제일교회 내 1층 부속 건물. 책장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100㎡(30평) 남짓한 공간에 누워서 그림책을 보는 아이, 책상에 앉아 위인전을 읽는 아이…. 모두들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다.

의사 가운을 입은 한 중년 남성이 들어서자 아이들이 몰려든다. 그의 손에는 <흰쥐 이야기> 란 그림책이 들려 있다. 책을 읽어주는 도중 임지현(마천초 1년)양이 "할머니 손에 끼고 있는 게 뭐에요"라고 묻자, 이 남성은 "바늘에 찔리지 않도록 끼는 골무란다"며 다정하게 답한다. 동그랗게 둘러 앉아 나누는 대화가 정겹다.

이 곳은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사랑나눔도서관'. 이제 개원한지 두 달여밖에 안됐지만 하루 평균 40명의 아이들이 이 곳을 찾는다.

도서관 건립을 주도한 장재완(48) 송파구치과의사연합회 회장은 이곳에서 '책 읽어주는 의사 선생님'으로 통한다. 장 회장은 진료를 하면서 점심시간 등의 짬을 내 이곳을 찾는다. 장 회장이 오면 아이들이 모두 하는 일이 있다. 양치질이다.

"도심 아이들은 옛날 시골마을처럼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지역 의사들과 뜻을 모아 조그마한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충치예방 교육과 구연동화 들려주는 일까지 시간이 허락하는 데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을 만드는 데 가장 큰 난관은 역시 재원이었다. 130여명의 지역 치과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매달 1만원에서부터 10만원까지 기부금을 냈지만 장소를 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에 행운을 준다고 했던가. 장 회장의 좋은 뜻이 입소문을 통해 퍼져 나가면서 각계에서 온정이 답지했다.

한국도서관협회와 어린이책시민연대에서 도서관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해주겠다고 나섰고, 자원봉사자들도 몰려 들었다. 지역 내 거여제일교회는 교육관을 도서관 건물로 3년간 무상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한 건축가는 수천 만원이 드는 건물 리모델링을 최소경비에 무이자 할부로 해주겠다고 나섰다. 모 출판사는 수 백 권의 책을 기증해주는 등 생각지도 않은 지원이 이어졌다. 이런 주변의 도움으로 지난해 11월20일 개관식을 갖고 아이들을 맞이했다.

신이 난 장씨는 도서관이 지역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성인과 학부모를 위한 각종 강좌도 계획하고 있다. 학원이 많지 않은 지역특성을 고려해 방과 후 학습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장씨는 "처음에는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는데 막상 해보니 '봉사란 용기만 낸다면 실천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탄생한 도서관인 만큼 지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사진=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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