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40대 이상에겐 분명 어린 시절 추억의 한 자락을 불러낼 이름이다. 1951년 데츠카 오사무에 의해 일본에서 탄생해 만화와 TV애니메이션, 극장 애니메이션 등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세계 어린이들의 우상이 됐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아스트로 보이: 아톰의 귀환’은 생물학적 나이가 벌써 환갑에 가까운 아톰을 스크린에서 되살려낸다. 전후 일본에 재활의 희망을 던져준 추억의 캐릭터가 할리우드의 자본과 만나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금은 뒤늦은 귀환처럼 여겨진다.
배경은 미래 도시 메트로 시티다. 지구가 쓰레기와 오염으로 뒤덮이자 인류가 커다란 산자락(후지산과 꼭 닮은 외관을 지녔다)을 떼어내 만들어낸 첨단의 공중 도시다. 토비는 그곳의 최고 과학자로 활동하는 텐마 박사의 아들이다. 왕성한 호기심과 타고난 지능에 천방지축으로 뛰놀던 그는 아버지가 준비한 한 실험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낙담한 텐마는 기계에 토비의 유전자를 결합해 로봇 아스트로를 만들지만 아들과의 차이점을 발견하고 그를 버린다. 아스트로는 지상에 떨어져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면서도 메트로 시티의 독재자인 스톤 총리의 음모에 맞선다.
권선징악의 명쾌하고 단조로운 극 흐름을 택한 이 영화는 눈에 번쩍 뜨이는 장면이 딱히 없다. ‘업’ ‘몬스터 vs 에어리언’ 등 첨단 3D로 무장한 최근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 비교하면 기술적 성취도를 높이 평가하기 어렵다.
그러나 추억의 상품이 어디 화려한 외관으로 승부한 적이 있나. 더군다나 몇 십 년 전이 아닌 지금의 어린이들을 주로 겨냥한 영화이지 않은가. 대중의 뇌리에 남은 오래된 유명 캐릭터가 깔끔한 새 옷을 입고 스크린을 활보하는 모습만으로도 반갑다. 아스트로를 둘러싼, 휴지통 로봇과 유리창 청소 로봇 등의 양념 역할도 제법 맛깔스럽다.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를 만도 하다.
그래도 문제는 이야기다. 이미 나이 들어 머리가 희끗한 올드 팬들의 열정까지 되살려놓기엔 서사의 굴곡이 약하디 약하다. 감독 데이비드 보워스. 14일 개봉, 전체 관람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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