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지하경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음지'에 숨어있는 세원을 찾아내 모조리 '양지'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11일 올해 첫 전국세무관서장 회의를 열어 2010년을 '과세 사각지대에 있는 숨은 세원 양성화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소득이 있는데도 세금을 안내던 사업자와 개인들을 추적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상식적 원칙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백용호 청장은 "올해는 그 동안 세원포착이 어려웠던 곳에 대한 과세분석부터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찾아내나
국세청은 먼저 숨은 지하경제에 숨어있는 세원을 발굴하기 위해 전담팀부터 꾸리기로 했다. 각 지방청마다 전담 조사팀을 구성해 신종 탈루, 비자금 조성, 자금세탁 등에 대해 현장 정보수집 및 분석 활동을 강화키로 했다.
국세청이 특히 주목하는 유형은 4~5가지. 첫째, 자기 이름 아닌 제3자 명의로 사업을 하는 '차명사업자'들이다. 남의 이름으로 사업을 한다는 것은 그 만큼 탈세 가능성이 높다.
둘째 현금거래를 고의로 유도하는 업종. 카드 대신 현금으로 내면 비용을 깎아주는 일부 병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올해부터는 30만원 이상 현금거래는 무조건 현금영수증발급을 의무화함으로써, 현금거래 뒤에 숨은 소득을 빠짐없이 찾아낸다는 계획이다.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 고소득자들도 주시 대상이다.
셋째, 해외소득을 탈루하는 경우. 수출입거래를 사실과 다르게 신고한다거나, 해외에 부동산을 취득해 돈을 빼돌린다거나, 혹은 '조세회피지역'을 활용해 자산을 도피하는 케이스다. 국세청은 이처럼 해외로 돈을 빼돌리는 사람들을 겨냥한 '역외탈세추적 전담센터'를 가동시킬 계획이다.
이밖에 현금거래가 많은 유흥업소나, 부동산 투기 소득자 들도 집중 조사할 예정. 특히 각 지방청 전담팀들이 수집한 자료와 조사결과를 데이터베이스화함으로써, 숨은 세원을 상시적으로 감시할 계획이다..
납세자 프랜들리
세금을 내지 않는 '지하경제'에 대해선 전쟁수준의 단속에 나서지만, 일반 납세자들에 대해선 최대한 친절과 편의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해부터 실시한 '납세자보호관제도'를 더 활성화해 무리한 세무조사가 있으면 얼마든지 세무조사 중지요청을 받아들일 방침이다. 또 세금을 성실하게 내는 기업과는 '신사협정'을 맺어 국세청이 직접 세무상담 서비스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성실한 납세자에겐 국세청이 더 이상 '무서운 기관' 아닌 '친절한 세금조언자'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납세자가 좀 더 편리하도록 국세상담 단일 대표전화인 '국세청 126 세미래(稅美來) 콜센터'를 개통키로 했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아름다운 미래를 만든다'는 뜻에서 콜센터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는 후문인데 앞으론 국번없이 '126'을 누르면 세무 관련 안내 및 상담 뿐 아니라, 세무비리 신고도 할 수 있다.
백 청장은 "지난해의 시련을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선진 일류세정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한고청향(寒苦香ㆍ매화는 추운 겨울의 고통을 이겨내야 향기가 난다)의 한 해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사진=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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