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류 전문 디자인 업체 '디자인 마젠타'를 운영하는 남승연(38)씨.
지난 해 9월 어렵사리 창업에 성공한 남씨는 "창업보다 사무실 임대하는 일이 더 힘들었다"며 "르호봇 비즈니스센터가 없었으면 아마 아직도 사무실을 구하지 못했을 지 모른다"고 그간의 사정을 에둘러 표현했다.
남씨가 처음 사무실을 얻은 곳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33㎡(약 10평) 남짓한 오피스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임대료 100만원, 사무실 가구 구입비 80여만원 등 사업 초기자본으로 너무 많은 비용이 지출되다 보니, 사업운영비가 턱없이 모자라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남씨가 '르호봇 비즈니스센터'를 알게 된 것은 지난 해 12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보다 저렴한 사무실을 찾던 중, 이 곳이 보다 저렴한 비용에 입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전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르호봇 비즈니스센터'는 보증금 없이 월 50만원 가량의 임대료만 내고 비슷한 크기의 사무실을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책상, 인터넷 설비, 회의실 등의 시설과 창업 관련 컨설팅 등 자문도 무료로 받고 있다. 남씨는 "우연히 비즈니스센터를 알게 돼 고정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며 "특히 혼자 시작하는 사업에 대한 두려움이 컸는데 컨설팅과 자문 등도 받을 수 있어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디자인, 번역, 소프트웨어 등 지식서비스 분야 소규모 창업이 붐을 이루면서 이들에게 필요한 사무환경을 맞춤 지원하는 비즈니스센터가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일부 비즈니스센터는 지난해 중소기업청이 지식서비스 분야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1인 창조기업지원센터로 선정되는 등 신뢰도도 높아지고 있어 예비창업자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비즈니스센터란 전문 기술ㆍ지식을 가진 사람이 운영하는 1인 기업에 비즈니스 공간, 창업 교육, 경영 정보, 전문가 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새로운 임대서비스업의 일종.
현재 르호봇 비즈니스센터를 비롯해 메트로, 오피스허브 비즈니스센터 등이 있으며, 대부분 저렴한 비용을 무기로 한다. 지난해 중기청에 최우수 비즈니스센터로 선정된 '르호봇비즈니스센터'의 월 이용요금은 보증금 없이 1인실(약 5㎡)은 35만~55만원, 2인실(약 8㎡) 40만~80만원 정도다.
3~5인실도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여기에 중소기업청이 지정한 1인 창조기업의 경우 임대료의 50%를 지원 받는 등 프로젝트 비용의 일부를 지원 받기도 한다.
넓은 공간을 사무실로 쪼개 여러 회사가 함께 사용하는 형태이다 보니 각 업종간 제휴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 입주자는 "한 건물내에 많게는 40여명의 1인 사장이 있어, 다양한 정보교류는 물론 노하우를 얻는 데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며 "정기적으로 입주 업체간 친목을 도모하는 '멤버스데이'등 모임을 통해 업무 제휴 등의 새로운 경영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친목뿐만 아니라 각분야 전문지식까지 교류해 비용 절감과 업무효율에 도움을 주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개인 창업자들이 어려워하는 경영, 재무, 무역, IT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두고 전문지식 등을 컨설팅 해주고 있다.
이런 장점 덕분에 이들 지원센터에서 창업해 성공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보험중개업으로 2006년 창업한 김형태씨는 "처음에 2인용 사무실을 빌려 사용, 직원이 5명으로 늘 때까지 1년 반동안 비즈니스센터를 이용했다"며 "초기 비용을 절감한 덕분에 사업에 전념할 수 있었고, 현재 서울 명동에 65명의 직원을 둔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소규모 회사로 3인이 함께 창업해 자본금 30억원의 부동산 개발 및 컨설팅 업체로 성장한 기업, 1인 기업으로 시작해 5명의 직원을 거느린 전열 교환기, 제습기 회사까지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박광회 르호봇비즈니스센터 대표(한국소호진흥협회 회장)는 "최근 기업의 슬림화 트렌드에 따라 소규모 창업이 증가하고 있어 비즈니스센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소규모 창업자들은 한 곳에서 모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비즈니스센터도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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