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이 11일 성명을 통해 "조선전쟁(6ㆍ25전쟁) 발발 60년이 되는 올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회담을 조속히 시작할 것을 정전협정 당사국들에 정중히 제의한다"고 밝혔다.
성명에서 '정전협정 당사국들'은 명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해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 방북 당시 평화협정 논의를 위한 미국, 중국, 남북한의 '4자 대화'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명은 "애초에 평화협정은 핵 문제와 관계없이 자체의 고유한 필요성으로부터 이미 체결 되었어야 했고, 평화체제가 수립되었더라면 핵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평화협정에 앞서 핵 문제를 논의하지는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성명은 또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은 9ㆍ19공동성명 대로 (6자회담과는) 별도로 진행될 수도 있고, 조미(북미)회담처럼 6자회담 테두리 내에서 진행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성명은 특히 "제재라는 차별과 불신의 장벽이 제거되면 6자회담 자체도 곧 열리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 4월 6자회담 불참 선언 이후 6자회담 재개를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와 연계해 처음 언급한 것이다.
북한 외무성 성명은 '위임에 따라' 이같이 제의했다고 밝혀, 제안 내용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또는 최고기구인 국방위원회의 결정임을 시사했다.
북한 성명은 6자회담 조기재개를 겨냥한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흐름 속에서 나와 주목된다.
무엇보다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 문제와 비핵화 논의를 함께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6자회담의 유효성을 확인한 만큼 향후 6자회담과 평화체제 포럼이 동시에 가동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6자회담에서 비핵화 문제가 진전되면 평화협정 체결 문제도 별도의 포럼을 통해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당국자는 북한의 제안이 6자회담 재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비핵화 문제보다 더 무거운 평화체제 문제를 제기한 만큼 바로 6자회담 재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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