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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이름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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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이름 값

입력
2010.01.1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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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바꾼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그 어려웠던, 이름 바꾸는 일이 정말 쉬워졌나 보다. '숙희'란 제자가 '민교'로 이름이 바뀌었으니 이제는 꼭 민교라 불러달라며 찾아왔다. 숙희란 이름이 흔하기는 해도 나쁘지는 않고, 여자 이름으로 민교가 더 어색한 것 같은데 왜 개명을 했는지 물어봤다. 답은 간단했다.

운명을 바꾸고 싶다는 것이다. 새 이름이 새 운명을 만든다고 한다. 이름이 놀림감이 되어서 바꾸는 줄만 알았는데 이젠 '팔자'를 바꾸기 위해 개명하는 일이 더 많은가 보다. 그러고 보니 '명품개명'이란 작명 광고를 어디선가 보았다. '정일근'이란 내 이름이 불만스러운 때가 있었다. 국무총리를 지낸 '정일권'씨가 있어, 내 이름을 말하면 꼭 국무총리 운운하는 뒷말이 따라 나오는 것이 싫었다.

그때마다 '근'과 '권'이 틀리고 나는 나라 정(鄭)을 쓰고 그 사람은 고무래 정(丁)을 쓴다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해야 했다. 그 일로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을 개명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숙희, 아니 민교에게 개명하는 데 든 비용이 만만찮을 것인데 하고 걱정하니 민교 왈, 법무사에 맡겼는데 10만원쯤 들었다고 한다. 본인이 직접 하면 더 저렴하다고 한다. 10만원이면 편하게 앉아서 이름과 운명까지 싹 바꾼다. 이름은 부모가 주는 소중한 출생선물인데, 자기 이름 자기가 짓는 세상이 왔다.

시인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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