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마감하면서까지 남 모르게 아름다움을 실천하다니…. 참 조용하고 온화한 분이었습니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인천의 한 40대 여성 공무원의 '기부 인생'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인천 남구청 동료 직원이 들려주는 고 강점화(41)씨에 대한 추억은 그리 많지 않다. 그저 자기 일을 묵묵히 해내던 동료로 알 뿐이었다고들 했다.
고인은 사회복지 분야를 담당하는 공무원이었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돕는 것이 그가 15년간 공직에서 한 일. 인천 주안5동사무소에서 첫 사회복지 업무를 시작하는 고인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다.
2008년 10월, 불행이 닥쳤다. 허리가 안 좋다 싶어 병원에 들렀는데, 보니 담낭과 난소에암세포가 퍼져있었던 것. 하루하루 힘든 투병을 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자기 몸이 아픈 줄도 모르면서 일한 것 같아요. 맡은 일에 열심이었던 딸은 이미 항암치료가 소용없을 정도로 몸이 쇠약해졌더라고요." 어머니 오순덕(63)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작년 11월 고인은 숨지면서도 그가 돌봐야 할 이웃들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는 자신의 퇴직금가운데 병원비 등을 제외한 1,000만원을 이웃사랑 성금에 써달라고 유언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이 성금을 평소 고인과 인연이 깊었던 천주교 관련 보육원과 청소년 쉼터에 지원하기로 하고, 고인을 '희망 2010 나눔 캠페인, 62일의 나눔 릴레이'의 42호 행복나누미로 선정했다.
62일의 나눔릴레이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말까지 62일 동안 펼쳐질 캠페인 기간 매일 한 사람씩 사회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 62명을 선정해 행복나누미로 위촉하는 캠페인이다.
고 강점화씨의 경우처럼, 자신도 춥지만 더 추운 이들을 위해 온기를 나누고자 하는 미담들이 새해의 한파를 눅여주고 있다. 경북 청도의 박철희(77)씨도 그런 이다. 2004년 말 경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00만원을 들고 온 박씨는 "생활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매년 100만원씩 모아 5년 뒤 가져오겠다"고 했고, 지난 해 12월 그 약속을 지켰다.
그는 한국전쟁 부상으로 매달 지급되는 보훈수당과 자녀들이 주는 용돈을 쪼개 기부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금회 관계자는 "정성이 어긋나지 않도록 좋은 용도로 성금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