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늘 발표하는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이 수정안에 대해 전면적 거부 움직임을 보이며 결사 저지를 다짐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내부의 '친이'ㆍ'친박' 대결도 타협의 접점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날카로워지고 있다.
정부의 수정안은 애초에 발표와 동시에 정치권의 논의에 그 운명을 걸게 돼 있었다. 다만 정치권의 본격적 논의가 충청권의 지역이익 관점에만 그칠 게 아니라 각 정치세력이 주장하는 다양한 정책 고려 우선 순위 전반에 걸쳐 합리적이고 활발하게 이뤄지길 바랐다. 늘 그런 식이지만, 상대의 의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기주장만 확대 재생산하는 구도는 대단히 실망스럽다.
야당은 정부 수정안을 '세종시 건설 백지화 음모'라고 규정했다. 정부 수정안이 현행 '행복도시법'에 따른 행정부처 일부 이전을 배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백지화 음모'를 거론하기는 어색하다. '당론' 수정 가능성에 일찌감치 쐐기를 박은 '친박'세력의 자세나 그들에게 인신공격성 비난까지 퍼부은 '친이' 세력의 자세도 섣부르다.
각 정치세력 저마다의 주장은 아직까지 충분히 논의되지도, 검증되지도 않았다. 정부와 '친이' 세력이 주장하는 행정부처 일부 이전에 따른 비효율성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친박' 세력이 주장하는 '정치적 신의'가 그 동안 거론된 구체적 행정 비효율에 비추어도 당연히 정책 선택에서 비교우위를 갖는지 등이 모두 그렇다.
따라서 우선은 수정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 결과 도저히 정치권이 수용할 수 없으면 거부하고, 재수정으로 타협이 가능하다면 재수정안을 만들고, 수정안 그대로 수용할 만하면 '행복도시법' 개정이나 별도 입법에 나설 일이다. 그런데도 현실은 일찌감치 정치권의 충돌, 특히 여당 내 계파 간의 충돌 조짐만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친이'ㆍ '친박'의 정면 충돌은 어느 쪽도 특별히 얻을 이익은 없는 반면 정치활동 전반의 마비와 혼란을 부를 게 뻔하다. 그때의 국민 우려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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