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달 말 항공기 테러기도 사건에 대해 "궁극적으로 대통령인 나의 책임"이라고 실책을 인정하면서, 정보기관 간의 역할 재조정 등 광범위한 재발 방지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7일 백악관에서의 TV 연설을 통해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이나 조직의 잘못이 아니라 정보기관 전반에 걸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데 따른 것"이라며 "책임은 나에게 있다(the buck stops with me)"고 말했다.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이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라는 문구를 새긴 명패를 놓았다는 유명한 일화를 상기시키는 표현을 인용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 문구를 선택한 것은 야당인 공화당 등 일각에서 요구하는 정보기관 인책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은 누구를 비난하는 것보다 허점이 노출된 정보관리를 재정비하고, 추가 테러를 막는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뜻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모든 정보 보고서들이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전파될 수 있도록 정보 관리 기능을 강화할 것을 주문한 뒤 각 부서별로 당장 시행해야 화급한 정책을 직접 지시했다. 그는 국토안보부에 대해 항공기 탑승 전 보안검색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 간 협조체제를 강화하고, 에너지부 및 각 연구소와 협력해 최첨단 승객 검색기법을 개발, 실용화할 것을 요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위해 10억달러를 조기 투입해 최첨단 항공검색 장비를 주요 공항에 완비토록 했다. 또 국무부에는 비자 발급 시스템을 강화해 테러와 연계된 인사들이 비자를 발급받을 수 없도록 하고, 이상 징후가 있을 때 비자를 즉시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여객기 테러기도 사건에 대한 조사보고서도 이날 공개됐다.
존 브레넌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미 정보기관이 사전에 테러기도 가능성에 관해 충분한 정보를 입수했으며, 용의자인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의 신원도 확인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의 항공기 탑승을 막을 수 있었다"며 국가대테러센터(NCTC)와 중앙정보국(CIA)의 실수를 강하게 비판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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