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준비를 안 하고 시작했는지 답답합니다. 민원인 인적사항 조회가 안 되고,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증명서 발급 업무도 먹통입니다."
한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 업무 담당 공무원 A씨는 연초 도입한 새 행정시스템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전산작업을 하면 '오류' 메시지가 자꾸 떠 민원인 보기가 민망할 정도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사회복지업무의 획기적 개선을 위해 1일 개통한'행복e복음'(사회복지통합관리망)이 전산 오류와 허술한 준비작업 탓에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업무 효율화는 물론 기존 서비스도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어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행복e복음은 지자체ㆍ복지사업별로 따로 관리하던 복지업무를 개인ㆍ가구별로 통합관리함으로써 민원인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구축됐다. 장애수당, 기초노령연금, 보육수당을 신청하려는 빈곤층 가구의 경우 기존에는 각 사안별로 별도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등 불편함이 적지 않았지만, 이 시스템 개통으로 한 번에 업무를 볼 수 있게 했다. 자격이 정지된 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다음해 최저생계비인상을 반영한 전산망 검색 기능을 통해 지자체가 자격 복원을 알려주는 등 효율화 목적도 있다.
문제는 이런 '고급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구현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증명서 발급 등 기존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장애인 복지카드 신청을 받을 수 없다. 학자금 대출에 필요한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증명서 발급도 안 돼 동사무소에서 별도로 증명서를 만들어주는 곳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무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기지역 자자체의 한 공무원은 "민원인들에게 시스템 정착 단계라고 양해를 구하고 있지만 내부 시스템 오류가 적지 않아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행복e복음의 내부 전산망 게시판에는 불편과 개선 요청에 대한 글이 하루에 많게는 100여 건씩 올라오고 있다.
서비스가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은 전산 문제가 가장 크다. 기존 시스템에 있던 데이터가 행복e복음으로 온전히 넘어오지 않았고, 서비스 확대를 위해 추가된 타 부처 정보도 공유되지 못하고 있
는 실정이다. 한 사회복지전문가는 "문제 서비스를 당장 개선하지 않을 경우 수급자 정보 오류로 인해 당장 이달 복지급여가 잘못 나가는 등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시범실시 등 오류 부분에 대한 사전점검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시스템을 가동한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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