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1시께 제3공수특전여단(특전사)이 이전할 경기 이천시 마장면 회억리. 보상 마무리 단계라 인적을 찾기 힘든 마을은 눈으로 하얗게 덮여 있었다.
농지와 야산 여기저기 띄엄띄엄 자리한 집들은 마치 폭격이라도 맞은 듯 창문과 문짝이 떨어져 나가 휑한 모습이었다. 빈 집 주변 눈을 헤치자 가구 쪼가리와 스티로폼 조각, 깨진 가전제품과 망가진 자전거, 정화조 등 온갖 생활쓰레기들이 튀어나왔다.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정도의 길 옆 눈 속에도 쓰레기가 숨어있었다. 자루에 꼭꼭 잘 담겨 외부에서 투기한 듯한 쓰레기들도 눈에 띄었다.
오후 3시께 차량 한 대가 쓰레기더미 옆에 서더니 검정색 쓰레기 봉지를 밖으로 휙 내던졌다. 취재진과 맞닥뜨린 40대 남성은 "산업폐기물이 아니고 종이류여서 괜찮을 것 같았다"며 "어차피 나중에 다 태우는 것 아니냐"며 태연하게 말했다.
격렬한 반대 여론을 뒤로 하고 결정된 특전사 이전부지가 쓰레기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특전사 이전 부지가 쓰레기투기장으로 변하자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
LH 위례사업본부 이천보상사업소는 지난해 6월 특전사 이전부지의 토지 1,280여 필지와 주택 등 지장물 7,400여 건에 대한 보상을 시작했다. 보상률은 90%를 넘겨 내년 5월 이전공사에 착공할 예정이다.
문제는 보상을 받고 주민 대부분이 떠난 자리가 쓰레기장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다. 개발예정지에서의 쓰레기 무단투기는 다반사이지만, 이 지역은 면적이 넓어 펜스를 치기 힘든데다 농촌이어서 투기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보상 뒤 착공까지의 긴 기간도 투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LH는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기 위해 쓰레기더미로 연결되는 진입로에 흙을 높이 쌓아 차량 출입을 막고 있다. 예산 부족으로 실제 설치하지는 않았지만 '쓰레기 무단투기 방지용 CC(폐쇄회로)TV가 설치됐다'는 내용의 경고성 현수막도 곳곳에 걸었다.
얼마 전에는 산업폐기물을 그냥 두고 떠난 공장주들에게 연락해 폐기물을 직접 치우도록 했고, 관할 경찰에도 이전 부지에 대한 순찰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별 효과가 없다. LH이천사업소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순찰을 돌며 감시하고 있어도 휴일이나 야간에는 막기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위례신도시 사업지구에 포함된 특전사는 2007년 9월 이천 이전을 확정했다. 마장면 관리 회억리 이치리 장암리 양촌리 일대 360만여㎡에 2012년 12월 특전사 이전이 완료될 예정이다.
김창훈 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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