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제중원(濟衆院)의 책임자였던 올리버 R. 에비슨(1860~1956)을 재조명하는 행사가 열린다.
연세대 의료원은 10일 에비슨의 탄생 150주년을 맞아 3월 말부터 약 한달 동안 에비슨의 유품과 당시 진료사진 등을 선보이는 특별전시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비슨의 업적을 정리하는 학술 심포지엄 개최는 물론 자서전도 발간할 계획이다.
의료원 측은 또 독립제작사와 함께 에비슨을 소재로 한 제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역사를 돌아보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공중파 방영도 추진할 예정이다.
에비슨은 1893년 한국으로 건너온 캐나다 출신 의료선교사로 1904년에는 제중원을 세브란스 병원으로 확장ㆍ개편하고 병원장에 취임하는 등 연세대 의대의 뼈대를 만든 인물이다.
에비슨은 연세대 의료원이 제작 과정의 역사ㆍ의학 자문을 맡고 있는 SBS 드라마 '제중원'의 주인공인 천민 출신 의사 박서양을 실제 제중원으로 직접 데려와 가르친 은사이기도 하다.
의료원 관계자는 "제중원과 세브란스병원을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한 에비슨의 탄생 150주년을 맞아 행사를 기획했다"며 "이번 행사를 제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역사를 일반인에게 알리는 계기로 삼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이 제중원의 정통성을 두고 벌여왔던 해묵은 논쟁이 다시 점화될지 주목된다. 그동안 서울대병원은 제중원이 설립 후 미국선교기관으로 운영권이 넘어가기 전(1885~1894)까지 9년간 국립 의료기관이었던 점을 강조해 제중원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전신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연세대 의료원은 제중원이 국가기관으로 출발한 점은 인정하지만, 연세대 의료원의 뿌리였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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