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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어설픈 약탈 문화재 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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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어설픈 약탈 문화재 환수

입력
2010.01.07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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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규장각 도서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으며 프랑스가 140여 년간 보유한 국가재산이므로 취득 상황에 관계없이 돌려줄 수 없다."

문화연대가 2007년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낸 외규장각 도서 반환 소송을 기각하면서 프랑스 법원이 내놓은 답변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외규장각 도서가 약탈 문화재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1866년 당시는 약탈 관련 국제규범이 형성되기 전이라는 궁색한 논리였다. 그렇게 소중한 국가재산이라면서 왜 프랑스는 외규장각 도서를 오랫동안 중국 도서로 분류해 방치해왔을까.

1993년 프랑스 고속철 TGV 도입 당시 프랑수아 미테랑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외규장각 도서 297책 중 1점을 돌려주면서 반환을 약속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실무협상 과정에서는 프랑스 측이 다른 문화재와의 교환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7일 "현실적으로 조건없는 반환이 어려운 만큼 영구 임대를 요청하는 것으로 협상 당사자인 외교부와 협의했다. 올해는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외 소재 한국 문화재는 10만 건이 넘는다. 문화재청이 올해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최우선적으로 반환을 추진 중인 일본 궁내청 소장 조선왕실의궤를 비롯해 미국 보스턴미술관 소장 사리구 등 상당수는 약탈이나 도굴 등 불법적인 경로로 반출된 것이다.

문화연대 관계자는 "그간 르몽드에 광고를 내고 소송도 제기해 국민적 열망을 보여주려 했지만 결국은 정부가 나서야 할 문제인데 눈치보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소송 과정에서도 긴밀한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최근 루브르 박물관과의 교류 중단을 담보로 프랑스 정부를 압박, 약탈 문화재 5건을 돌려받은 이집트의 사례에서 보듯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국민적 지지가 더해진다면 문화재 환수는 불가능하지 않다. 문화적 자존심을 지키는 것은 어떤 경제적, 정치적 이익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더이상 약탈 문화재 환수 문제를 뒤로 미뤄둬서는 안된다.

김지원 문화부 기자 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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