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이 미디어 빅뱅을 준비하던 시기였다면 올해는 이를 실천하는 시기라고 한다. 정말 2010년은 미디어계의 '이 풍진 세상'이 될 것 같다. 내 이름이 달린 칼럼을 6개월 전쯤 연재하면서 "우리가 이 풍진 미디어 세상을 만났으니 무엇을 할꼬"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이제 기명 칼럼을 마치는 시기가 마침 연초가 되었는데 이런 저런 들려오는 얘기에 의하면 올해 정말 미디어계는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처럼 어지러운 세상이 될 것 같다.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 광고 미디어렙 운영방식 결정, KBS 수신료 인상 등이 올해의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이 주제들은 모두 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KBS의 수신료 인상은 KBS2 채널의 광고 비중 축소를 가져와 여기서 남는 광고료가 종편 채널의 수입원이 되는데, 이러한 방송광고 판매 제도를 어떤 형태로 가져갈까에 대한 논의가 미디어렙에 대한 문제이다. 이 주제들에 대해 이런 저런 할 말도 있지만 이 칼럼이 마지막이고 주어진 원고량도 많지 않고 해서 필자가 인연이 조금 있는 KBS에 관한 말만 하겠다.
KBS의 수신료 인상은 KBS2 광고비의 자동적 축소라는 등식에는 문제가 있다. 수신료 현실화는 공영방송 성격이 강한 KBS1 채널의 제작비 투자와 디지털 전환 시기 우리나라 방송의 선도자로서 기술개발 및 이에 대한 설비투자 비용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KBS2 채널이 없이 KBS1 채널만 운영하더라도 20년이 넘은 2,500원 수신료로는 어림도 없다. 최근 KBS가 연속으로 내어 놓은 명품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보면 충분한 제작비 지원만 있으면 BBC나 NHK에 비교해 손색이 없는 고품질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KBS1 제작진들이 갖춘 것 같다. KBS2도 '1박 2일'이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난공불락의 벽으로 여겨졌던 40% 시청률을 돌파하고, 또 재미와 유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프로그램들을 다수 방영하고 있어 KBS1 제작능력에 비해 손색이 없다.
그런데 KBS2의 채널 속성상 광고가 과다 축소되게 되면 프로그램 경쟁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광고는 방송의 필요악이다. 광고료가 시청률과 연동되니 시청자의 입맛에만 맞춘 저질 프로그램을 양산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박 터지게 시청률 경쟁을 하는 와중에서 예능, 오락 프로그램의 특성이 살아난다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 텔레비전의 프로그램 경쟁력은 아마 세계 최고일 것이다. 이러한 경쟁력은 시장의 법칙, 즉 시청률과 연동된 광고시장이 체계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생긴다. 물론 우리나라는 아직 이러한 방송광고시장 체계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아 문제이긴 하지만. 아마 미디어렙 제도를 잘 도입해 운영하면 이 체계도 바로잡아질 것이다.
어항에 피라미만 살게 할 때는 나태해지고 게을러져 가물치를 한 마리 넣었더니 잡아 먹히지 않겠다고 이리저리 머리 굴리며 피해 다녀 부지런한 피라미가 되었다고 한다. 예능, 오락 프로그램 제작자들에게 광고는 가물치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따라서 과다한 광고 축소를 하게 되면 KBS의 예능, 오락 프로그램은 경쟁력을 잃을지도 모른다. 쓰다 보니 예능, 오락 PD들을 피라미로 묘사한 것 같은데 이건 그냥 단순한 비유이다.
'강남준의 미디어 비평'은 이번 주로 끝납니다. 22일(금)자부터는 김예란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가 격주로 집필합니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강남준 교수께 감사 드립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