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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문화계 이사람] <4> 소설가 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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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문화계 이사람] <4> 소설가 조현

입력
2010.01.07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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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나이로 신춘문예에 당선된 지 2년 만에 소설집을 낸다. 그동안 쓴 단편이 벌써 책 한 권 분량인 예닐곱 편쯤 된다는 말이니 등단 후 매 계절 작품 청탁이 끊이지 않은 셈이다. 이뿐 아니다. 입도선매된 장편만 4편이고, 그 중 2~3권이 올해 출간된다. 내로라하던 문청들이 신춘문예의 높은 문턱을 넘고도 '신춘 고아'로 속절없이 잊혀지는 현실이 무색할 정도다.

2010년 한국 문학의 최고 기대주, 조현(41)씨 얘기다. 현직 대학 교직원으로, 문학 이력이라곤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이 전부인 그는 과학소설(SF) 풍의 데뷔작 '종이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으로 2008년 벽두 문단을 강타했다. 인류가 멸망한 2133년에 T S 엘리엇의 시를 주제로 사이보그 학술대회가 열린다는 기발한 설정, 학술 논문을 정교하게 패러디한 형식, 실재와 허구의 텍스트를 천연덕스레 이어붙인 솜씨가 압권이었다. 그의 등단은 순수문학의 보루였던 신춘문예가 장르문학을 인정한 기념비적 사건이었다.

조씨는 지금까지 발표한 단편 7편을 묶어 올해 첫 소설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폭넓은 지식과 교양, 장르문학 기법을 도입한 형식 실험이 돋보이는 그의 소설은 문단의 고른 호평을 받고 있다. 예컨데 실존 시인들이 등장하는 '누구에게나 아무 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는 역사적 사건과 유머러스한 상상력, 날선 사회의식이 매끄럽게 결합돼 라틴문학의 거장 보르헤스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씨를 지성파 작가의 거두인 박상륭씨에 비견한 원로 평론가 김윤식씨의 비평도 화제다. 김씨는 월간 '문학사상' 1월호 월평에서 조씨의 SF 단편 '라 팜파, 초록빛 유형지'를 "고급의 소설이 그러하듯 읽기 위해서는 많은 지식이 요망되는 작품. 다 읽고 난 후에 여운이 남되, 칙칙하지 않은 것"이라고 규정하며 "밴쿠버 동쪽에 앉아 명상하고 있는 <잡설품> 의 대가(박상륭씨)도 눈여겨 읽을 법한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조씨는 "과찬에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학창 시절부터 문학, 인문, 자연과학, 사회과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을 탐독한 것이 작품 쓰는 데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1만여권의 장서를 지닌 그는 요즘도 한해 500~600권의 책을 구입한다. 장르문학 신간은 국내외를 안 가리고 섭렵한다는데 SF작가인 테드 창과 호러의 대부 스티븐 킹을 특히 애독한다. 이밖에도 그는 만화책 3,000여권, 영화 및 애니메이션 DVD 1,500여장을 소장하고 있다. 그를 개성과 실력을 겸비한 이종(異種) 소설가로 만들어준 문화적 자양분이다.

조씨는 올해 장편에 역량을 집중하려고 한다. 이미 문학과지성사, 민음사와 장편 계약을 맺었고, 장편 전문 계간 '자음과모음'에 연재 중인 '유니콘' 집필을 상반기에 마치고 바로 새 연재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는 SF, 스릴러 계열 장편을 통해 본격 장르문학을 선보인다는 각오다. "문학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재미인데, 이에 적격인 것이 장르문학입니다. 요즘 순문학에서도 장르적 요소를 곧잘 빌려쓰는데, 장르 본연의 문법을 무시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지면 재미, 작품성 모두 잃게 됩니다." 그로 인해 한층 넓어질 한국문학의 경계가 기대된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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