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집 앞이나 점포 주변의 눈을 치우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란 정부 발표를 놓고 반발이 거세다. 국민들을 범법자로 모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게 요지다.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은 7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폭설 피해 방지 대책 브리핑을 갖고 "내 집과 점포 앞 눈을 치우지 않으면 과태료 등을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을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신설할 수 있도록 자연재해대책법 벌칙 조항을 개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방재청은 과태료 기준을 최대 100만원으로 정해 상반기 중 관련 기관과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 구체안을 만든 뒤 입법화할 방침이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들은 내 집 앞 눈 치우기 조례를 제정해 놓았지만 과태료 부과와 같은 처벌 규정이 없어 사문화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에서는 비판이 이어지고 잇고 있다. 특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국민에게 떠넘기려 한다고 지적이 많았다. 한 네티즌은 "자기들 할 일을 제대로 열심히 하기보다 어떻게든 편히 앉아서 일하면서 국민만 범법자로 만들려 한다"고 비난했다. 과태료 부과 같은 강제적 수단보다 정부가 제설 대책을 확실히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불가피한 사정을 예로 들며 과태료 부과의 문제점을 꼬집는 경우도 많았다. 한 네티즌은 "몸이 불편한 독거 노인 가구, 남편은 출근하고 부인은 만삭인 집은 어쩔 거냐"고 물었다.
"가족이 4명인데 전부 7시 반 전에 출근한다"며 "밤새 눈 올 거라 예상되면 불침번 서며 번갈아 눈 치우고 출근하란 거냐"는 지적도 있었다. 다른 네티즌은 "단독주택보다는 아파트와 연립주택이 많은데 도대체 어떤 식으로 치우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리얼미터가 6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67.4%가 과태료 부과에 반대했고 찬성은 25.1%에 머물렀다.
한편 방재청은 기상 정보와 교통 정보, 도로 조건 등을 고려한 맞춤형 제설 매뉴얼을 마련하고 제설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장비도 개발하기로 했다.
새 매뉴얼 도입 전에는 고갯길과 상습 결빙 지역 등 취약지 1,923곳에 제설 인력과 장비를 우선 배치하고, 간선도로와 이면도로 등은 교통량을 감안해 순차적으로 제설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또 폭설 시 스노 체인 등 월동 장구를 장착하지 않은 차량이 고갯길 고가도로 등에 진입할 수 없게 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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