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주식거래 당시 맺은 옵션계약과 관련해 주식시세를 양쪽 방향에서 조종한 혐의로 2개 업체 간부들이 나란히 기소됐다. 불과 6초 동안 엎치락뒤치락 수십만주를 사고 판 이들의 '주식시장 대결투'에서 승자가 취한 이득액은 200억원 이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검찰에 따르면 2003년 4월 현금조달이 급했던 국내 대기업 A사는 보유 중이던 C은행 주식 285만주를 주당 7,892원(총 226억원)에 1년 만기 콜옵션(판매가격에 되살 수 있는 권리)을 걸어 외국계 D증권사에 팔았다.
반대로 D증권사는 "주식 종가가 판매가의 200%로 마감될 경우 콜옵션계약이 종료된다"는 내용의 녹아웃(knock-out) 옵션계약을 맺었다. A사는 콜옵션 유지가, D증권은 녹아웃 발생이 유리하게 된 것이다.
양측의 '전쟁'은 C은행 주가가 올라 녹아웃 기준가격인 1만5,784원 근처까지 상승한 2004년 5월 19일 개시됐다. 선제공격은 D증권이 벌였다. D증권은 이날 C은행 주가가 1만5,800원 전후를 오르내리자 장 마감(오후 3시) 직전인 2시49분 10만주 매수를 주문했다.
그러자 A사도 곧장 반격에 나서 오후 2시59분37초, 35만주 매도주문을 해 주가를 1만5,300원대로 급락시켰다. 그러나 6초 뒤, D증권은 93만주를 또 다시 매수주문해 당일 종가를 1만5,800원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녹아웃옵션이 발생했고, D증권은 약 217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지난해 10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이 사건을 통보받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진경준)는 이날 D증권 홍콩법인 전 상무 손모(45)씨와 A사 전 자금팀장 전모(46)씨를 옛 증권거래법(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상 시세조종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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