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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크로퍼드 기상청 선진화추진단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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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크로퍼드 기상청 선진화추진단장 인터뷰

입력
2010.01.07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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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 3일간 감기를 앓았다는 켄 크로퍼드(65) 기상청 기상선진화추진단장은 밤새 준비했다는 분석자료를 책상 가득 펼쳐놓고 있었다.

미국 기상청 예보관으로도 30년간 일했던 그는 폭설 오보 비난에 대해 할 말이 많은 것 같았다. 7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상청 청사 6층 사무실에서 크로퍼드 단장을 만나 최근 폭설과 혹한 등 기상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새해 벽두부터 눈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 기상이변이 많이 일어날 것을 예고하는 전조인가.

"사람들은 내가 선견지명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잘 모른다. 향후 10년을 내다본다면 이번 폭설이 의미를 갖겠지만 올해 큰 일이 당장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지구 온난화가 현실화하고 있어 지금보다 강수(비, 눈)의 빈도가 줄어들고 양은 많아지는 기상이변이 잦을 거다."

-적설량 예측은 왜 자주 빗나가나.

"월요일(4일) 눈이 올 것이란 예보는 일주일 전에 했다. 그리고 눈이 오기 전 2~7cm, 일부 지역은 10cm이상 올 것이라 예보했다. 25cm라고 말한 것은 아니지만 현대 과학을 최대한 활용해서 생산한 예보다.

세계 어느 기상청도 더 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정확한 양(정량)을 예측하는 것은 기상학이 풀지 못하고 있는 숙제다.

특히 약하게 오는 눈, 비의 양에 대한 예보는 지난 40년 동안 좋아졌지만 폭설 수준의 양 예측은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최근의 폭설 예보는 뭐가 문제였나.

"간단히 설명하면 12월 29일은 눈이 온다고 했는데 오지 않았고, 지난 4일은 예보보다 훨씬 많이 왔다. 이 차이는 서해 때문에 생겼다. 서해는 한반도 기상에 큰 변수인데, 서해 한 가운데 관측소를 세울 수 없기 때문에 바다 위 습기가 얼마나 포함됐는지 알 방법이 없다."

-예보관을 하는 동안 스스로 실수라 할 만한 오보를 냈는가.

"너무 많아서 다 기억할 수 없다. 어느 날 밤 자다가 천둥번개 소리에 깼다. 문득 그날 나는 천둥번개를 예보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나더라. 내가 어떤 변수를 놓쳤는지 생각하면서 괴로워하다 밤을 샜다."

-'히딩크 감독'이라 칭하는 기상청 직원도 있던데 부임 후 예보에 뭐가 나아졌나.

"나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잘 안다. 기상청에 온 지 넉 달밖에 되지 않아 눈에 보이는 변화는 아주 미약하다. 기상청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3시간 이내 등 초단기 예보 향상에 역점을 두고 있다. 2011년이면 가시적인 변화를 보일 것이다."

-선진국에 비해 초단기 예보에 취약하다던데 왜 그런가.

"선진국은 단기예보에 초점을 맞춰 인력, 기술에 투자를 많이 한다. 단기예보 쪽에 인력이 더 많이 배치돼 있고, 급작스런 기상현상에 대비한 모의훈련도 충분히 돼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국지성 폭우나 폭설 등 우리의 특이기상 예측 능력은 어떤 수준인가.

"평균 이하다. 미국은 예보관이 기상특보를 결정하고 시민에게 전달하는데 30초밖에 걸리지 않는데 한국은 5~10분 걸린다. 예보관이 특보 리포트를 작성하는 등 여러 과정에 시간을 많이 보낸다.

또 자신이 결정한 예보에 반대되는 자료가 나올 때 이를 수용하고 결정을 바꾸는 상황인식이 부족하다. 이 점에서 미국도 마찬가지지만 훈련이 필요하다."

-한국 예보시스템, 즉 물적, 인적 자원 수준은.

"업무에 대한 헌신 등 기상청 직원의 노동관은 미국 예보관에게 본보기가 될 정도다. 하지만 컴퓨터 예측모델에 너무 많이 의존한다. 또 기상청이 운영하고 있는 10개와 다른 16개 기관의 레이더 통합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레이더 통합은 예보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10대의 레이더 제작사가 8곳으로 제 각각이다. 데이터처리나 검증절차가 달라 상호 연계할 수가 없다. 컴퓨터 예측모델에만 의존한 기상예보와는 정확도 차이가 많이 난다."

-한국의 방재시스템을 평가해달라.

"4일 눈과 관련해서 내가 방재담당자라면 '10cm이상은 뭘 의미하고 얼마나 자신할 수 있느냐, 기상청은 우리에게 어떤 조언을 줄 수 있느냐'를 기상청에 물어봤을 것이다.

지난 4일은 거리에 사람들이 많은 월요일 아침이라 더욱 그런 소통의 과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기상청과 방재청의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두 기관 간 의사소통이 잘못되면 끔찍한 재앙을 불러 올 수 있다. 항상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켄 크로퍼드(Kenneth C. Crawford) 단장 약력

▦ 1977년 오클라호마대 기상학 박사

▦ 1988년 미국 기상협회 회장

▦ 1989년 오클라호마대 석좌교수

▦1977~2006년 미국 기상청 예보관, 기상정책자문

▦ 2009년 ~ 기상청 기상선진화추진단장

정진황 기자jhchung@hk.co.kr

김혜영 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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