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테 콜비츠의 판화에서 걸어 나온 듯 형형한 눈빛. 부유하는 탄(炭)가루와 흐린 조명 속 모든 색채가 흑백 명도의 파노라마로 환원되는 공간. 판화보다 더 판화 같은 비현실적인 현실. 그래서 저 눈빛이 더 도드라져 보이고, 더 극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세상의 중심에서 지구의 중심으로 나아갈수록, 눈빛도 몸짓도 저렇듯 투명하고 정직해지는 것일까. 그에게도 새해 희망이 있고 고민이 있고, 희망과 고민을 나눌 가족과 이웃이 있을 것이다.
다행히 배경처럼 서서 카메라의 시선을 흔들 듯 무연히 다른 곳을 응시하는 두 광부가 있어 우리는 최소한의 현실감각을 회복하고, 저 장면이 판화가 아닌 현실임을 깨닫게 된다.
AP통신이 5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인근의 한 석탄광에서 찍은 저 사진을 올렸고, 지난 새벽 중국 후난성 씨앙탄시의 리셍탄광 지하 갱도에서 화재가 발생, 수십 명이 숨졌다.
대한석탄협회는 11월 말 현재 전남 장성 등 전국 5개 사업소에서 4,467명의 석탄광 종사자가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업 경기가 정점이었던 1987,88년에는 6만8,000명 선이었다고 한다.
글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사진 이슬라마바드=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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