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기계''히트상품'…. 별명이 죄다 이렇다. 울타리를 사람으로 한정하기엔 모자라나 보다. 2년차였던 2007년 타율 2할7푼3리로 '싹수'를 보이더니 이듬해 타율 3할5푼7리로 타격 1위에 등극했다. 정식선수가 아닌 신고선수로 입단해 2년 만에 일군 신화. 김현수(22ㆍ두산)라는 이름 석자는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이름이 됐다. 지난해 타율 역시 3할5푼7리. 홈런은 9개에서 23개로 늘었고, 100타점도 돌파(104개)했다. '반짝'스타라는 비난을 거부한 김현수. 5년차가 된 2010년, '천재타자'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최고? 아직 멀었다
6일 피트니스센터에서 숨을 몰아 쉬던 김현수는 "내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새해 소망, 목표 등 '뻔한' 질문에 돌아온 대답이었다. 김현수는 데뷔 때부터 그랬다. "저 녀석은 무념무상이 최고 강점"이라는 게 코칭스태프와 지인들의 한결같은 평가였다.
지난 2년간 쌓아 올린 찬란한 성적 또한 김현수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애당초 궂은 일이든 잘된 일이든 머리에 담아두지 않는 성격이다. 그래서 슬럼프도 없다. 백지상태로 출발선에 선 김현수는 "굳이 목표를 얘기한다면 더 정확한 타격을 하고 싶을 뿐"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죽을 때까지 야구할래요
2007년 시즌 초반 대구 삼성전. 김경문 두산 감독은 경기 전 코칭스태프 회의에서 "오늘을 끝으로 김현수를 2군으로 돌려보내야겠다"고 얘기했다. 아직 어린 만큼 2군에서 더 배우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그날 공수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김현수는 극적으로 1군에 남았고, 이후 지금까지 숨돌릴 틈 없이 달려왔다. 지난 2년간 1군 전경기를 소화했다.
어느새 "형은 옛날에 안 그랬다"라며 장난스럽게 훈계할 후배가 많아진 김현수는 "백 살까지 야구하고 싶다"고 했다. "죽을 때까지 방망이잡고 싶어요. 백 살까지 하고픈데 어려울까요? 최소한 마흔 살까지는 꼭 할래요."
꿈의 200안타, 불가능은 없다
이승엽(요미우리)에 이어 김태균(지바 롯데), 이범호(소프트뱅크)까지. 선배들의 잇따른 해외 진출을 바라보는 김현수의 마음은 어떨까. "아직은…"이라는 말은 자연스럽게 부정을 배제시켰다. 언젠가는 큰물에서 '풀스윙'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친 셈이다. 단, 더 이상 이룰 것 없는 최고 자리에 올랐을 때 또 다른 무대를 노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 형들은 자유계약선수(FA)로 간 거잖아요. 나는 아직 한국에서 할 일이 많습니다."
지난 시즌 초반 '200안타 페이스'로 질주하다 172안타로 마감한 김현수. 올해 과연 이종범(KIA)이 갖고 있는 196안타(1994년) 기록을 넘어 꿈의 200안타를 때려낼 수 있을까. 김현수는 "(23개를 친)작년에도 홈런 욕심은 없었고, 올해도 없다. 단지 작년보다 더 많은 안타를 치고 싶다"며 '야망'을 감추지 않았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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