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중간선거(11월 2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올해 최대 승부처는 11월 2일 치러지는 중간선거다. 하원(임기 2년) 435석 전체와 상원(임기 6년) 3분의 1(전체 100석 중 최소 36석), 주지사 37명을 새로 뽑는 이번 중간선거의 성적표는 오바마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좌우한다. 2012년 재선의 교두보를 마련하느냐, 아니면 의회 주도권을 상실해 급격한 레임덕(권력누수)의 가시밭길로 들어서느냐의 갈림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0개월의 시간이 남았지만, 현재 분위기는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에 비관적이다. 집권 후 첫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한 예가 거의 없다는 징크스를 입증이라도 하듯, 여론조사는 대부분 공화당의 약진을 점치고 있다.
현재 상원은 총 100석 중 민주당이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2명을 포함해 60석을, 공화당이 40석을 점하고 있다. 하원은 총 435석 중 민주당 257석, 공화당 178석으로 상ㆍ하원 모두 민주당이 절대 우세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하원에서 최대 40~50석, 상원에서도 6~8석을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로라면 상원은 가까스로 과반수는 유지하겠지만,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저지할 수 있는 '슈퍼 60석'을 상실해 각종 개혁법안 처리에 급제동이 걸리게 된다.
하원은 과반수 의석을 놓고 공화당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도(49.8%ㆍ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새해 들어 50% 밑으로 추락한 것도 민주당을 더욱 다급하게 만들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민주당 대통령은 지지율 48%를 기록했던 1994년 중간선거에서 하원에서만 무려 52석을 잃은 전례가 있다.
상황을 반전시킬 뚜렷한 묘책은 없어 보인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예멘발 테러위협까지 가세,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의구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이민법 개혁 등 개혁법안은 지지부진하고, 경제도 실업률이 10%를 넘어서는 등 회복 전망은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지난달부터 중간선거를 겨냥,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무능'과 월스트리트의 '탐욕'을 빗댄 정치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경제위기를 초래한 공화당의 원죄를 부각시키는 대선 전략을 다시 써먹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전 대통령 걸고 넘어지기는 집권당의 책임회피로 보여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11월 주지사 보궐선거에서 뉴저지주와 버지니아주 두 곳에서 반 부시 전략을 들고 나온 민주당이 모두 참패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개혁색채가 희석되면서 진보세력이 이탈하고, 파당정치로 무당파가 등을 돌리는 것도 민주당의 악재다. 최근 민주당 중도파 의원들의 탈당이나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는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5일엔 민주당 바이런 도건(노스다코타) 상원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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