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으로 가는 무한 생존 경쟁에서 '캐넌 슈터'의 가치가 급상승할 전망이다. 공기 저항이 희박한 고지대에서 대회가 열리는데다가 공격 지향적으로 제작된 공인구 '자블라니'의 특성 때문이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5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월드컵 베이스 캠프인 루스텐버그에서 현지 적응 훈련에 돌입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첫 훈련을 치른 선수들은 빨라진 볼 스피드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했다. 훈련 장소가 1,250m의 고지대에 위치해 공기 저항이 희박한데다가 공인구 자블라니가 이전 월드컵 공인구에 비해 반발력이 좋고 완벽에 가까운 구형으로 제작돼 볼에 가속이 붙은 탓이다.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할 때 남아공월드컵에서는 빼어난 중거리 슈팅력을 갖춘 선수들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허정무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남아공 전지훈련 후 강력한 킥 솜씨를 보유한 이들은 최종 엔트리 선발 경쟁에서 남보다 한 발짝 앞설 가능성이 높다.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 취임 후 끊임없이 세트 피스 득점력 강화에 매진해왔음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현재 '허정무호'에는 세 명의 '캐넌 슈터'가 포진해있다. 이들이 남아공에서 치를 세 차례의 평가전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에 눈길이 쏠린다.
김두현(28ㆍ수원)은 4년 전 독일월드컵에서 1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던 한풀이에 도전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적응 실패로 남아공월드컵 최종 예선에서의 활약은 미미했지만 3차 예선 때까지만 해도 세트 피스의 전문 키커로 중용됐다. 김두현의 오른발 킥은 정확성과 강도에서 국내 최고로 꼽힌다. 기성용(셀틱),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합류하지 못한 1월 전지훈련 동안 공격형 미드필더의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치우(서울)와 염기훈(이상 27ㆍ울산)은 '왼발 스페셜리스트' 경쟁을 펼친다. 두 사람의 왼발 위력은 이미 '허정무호'에서 입증됐다. 김치우는 지난해 4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북한전에서 왼발 프리킥 한방으로 16년간 이어진 북한전 무승 사슬을 끊어냈다. 염기훈은 2008년 2월 북한과의 동아시아연맹선수권에서 그림 같은 왼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두 사람은 왼쪽 날개로 포지션이 겹치지만 '해외파'가 합류하지 않은 까닭에 나란히 그라운드에 설 가능성이 높다. 염기훈은 최전방 스트라이커, 김치우는 중앙 미드필더와 왼쪽 풀백까지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김두현과 김치우, 염기훈이 '캐넌포'를 앞세워 남아공행 최종 엔트리에 바짝 다가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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