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발행 채권을 샀던 개인투자자들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큰 손실을 입게 됐다.
이미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대해서는 상환이 중지됐고, 6일로 예정된 채권단 회의에서는 기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한 채권에 대해서도 금리 조정과 만기 연장 등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돼 '개미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5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2008~2009년 발행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관련 회사채 중 개인투자자들에게 팔린 분량은 2,000억원 이상이다.
통상 신용등급이 낮은 비우량 회사채는 개인투자자들이 꺼리는 편. 그러나 금호그룹은 국내 10위권 내 그룹인데다 금리도 높아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했다.
시장에서 '금호리스크'가 이미 부각된 상태였지만, 그래도 많은 투자자들이 '설마 금호가 어찌되기야 하겠나'고 믿은 탓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5월말 총 1,000억원 중 개인투자자 대상으로 600억원어치를 모집했던 금호산업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개인자금이 6,800억원어치나 몰리기도 했다.
같은 달 먼저 공모했던 금호타이어 BW는 개인투자자 대상으로 500억원어치를 모집했는데 청약 경쟁률이 무려 32.11대 1에 달했다.
물론 BW는 채권을 따로 떼어 먼저 매각하고 신주인수권(워런트)만 거래할 수도 있다. 지난해 금융위기 발발 전까지는 신주인수권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이때 차익을 실현한 투자자는 이익을 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워크아웃 개시 후까지 들고 있는 투자자라면 신주인수권은 휴지조각이나 다름 없게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인 2008년7월에 발행한 금호타이어 제7회 무보증사채 1,100억원어치는 당시로선 매우 높은 연 7.9%의 금리를 줬는데, 인수한 증권사들이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에게 되판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채권의 만기는 오는 7월14일인데 현재로선 상환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워크아웃 개시를 불과 보름 남짓 앞둔 지난해 12월14일 금호산업이 발행한 무보증사채 936억원도 문제다. 당시 산업은행과 현대ㆍ대신증권이 나눠 인수했는데 이중 일부는 지점을 통해 개인들에게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는 이번 금호사태로 피해가 기업들의 신용가치는 정확히 따져보지도 않고 무작정 고금리와 신주인수권이라는 당근에 현혹돼 청약경쟁에 뛰어들었던 개인투자자들의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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