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불을 질러 딸과 아내를 사망하게 한 가장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 이기택)는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와 이를 말리지 않는 딸에 대한 불만으로 집안에 불을 질러 가족을 사망하게 한 혐의(방화치사) 등으로 기소된 이모씨에게 원심 대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이씨는 27년 전 아내를 만나 두 자녀를 뒀지만, 생활고와 성격차이를 이유로 결혼 10년 만에 별거에 들어갔다. 8년 후 서로 화해하고 재결합했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존재하고 있었다. 이씨의 아내는 지난해 4월 "더 이상 성격차이로 살 수 없다"며 또다시 이혼을 요구했고, 이씨의 딸은 이를 잠자코 지켜봤다.
참다 못한 이씨는 휘발유 통을 들고 들어와 가족을 위협했지만, 아내와 딸이 도리어 냉담한 반응을 보였고, 결국 집안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1심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최상의 가치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인될 수 없다"며 "가족들이 집 밖으로 도망치려는 것을 막고 불을 붙이는 등 이씨의 범행은 매우 잔혹하다"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고 반성하고 있다"며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피고인은 가족들이 몸에 불이 붙어 고통스러워하고 있음에도 구호조치를 취하기는커녕 도주했다"며 이를 기각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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