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수도권을 강타한 눈 폭탄으로 일부 법원의 재판이 연기되고, 건물 붕괴와 빙판길 교통사고가 잇따르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수원지법은 이날 폭설에 따른 지각 사태로 오전 예정된 재판을 대부분 연기했다고 밝혔다. 형사6부는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29건의 재판을 내달 1일로 연기하고, 형사6단독도 오전 30건의 재판을 오후 1시로 늦췄다. 형사10단독은 오전 10시로 잡힌 재판을 1시간 뒤로 미뤘다가 다시 오후 2시로 변경하는 등 폭설로 재판이 혼선을 빚었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판사와 실무관 등이 제때 출근하지 못하는 비상 상황이 발생해 재판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11시 10분께 경기 안산시 사동 한국농어촌공사 연구원에서 자재창고 건물이 붕괴하면서 주변에서 제설 작업을 하던 공사 직원 정모(45)씨가 건물 더미에 깔려 숨졌고, 같이 작업하던 직원 윤모(32)씨 등 2명은 정씨를 구조하다 다쳤다.
빙판길 사고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이날 오전 9시 43분께 전남 나주시 노안면 금천면 방향 외곽도로 교량에서 고물 수집용 5톤 화물차가 앞서 가던 버스를 들이받아 화물차 조수석에 있던 김모(46)씨가 숨졌고, 화물차 운전사와 버스 승객 12명이 중ㆍ경상을 입는 등 전국에서 크고 작은 교통사고 잇따랐다.
폭설로 드라마 제작과 라디오 방송이 차질을 빚는 등 방송가 피해도 적지 않았다. 야외 촬영이 많은 사극은 이날 새벽부터 폭설 때문에 촬영이 취소됐다. KBS 수목드라마 '추노' 관계자는 "폭설로 오늘 경북 영주시에서 예정된 야외 촬영을 모두 취소했다"며 "눈이 계속 내린다면 내일 촬영도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MBC의 경우 이날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드림센터에서 새 아침드라마 '분홍 립스틱'의 제작발표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폭설로 6일로 연기했다.
매일 오전 9시 5분에 방송되는 KBS 해피FM '행복한 아침 왕영은ㆍ이상우입니다'는 진행자인 왕영은과 이상우가 지각해 아나운서가 대신 진행했다. MBC FM4U '골든디스크 김기덕입니다'의 김기덕도 방송 시간에 도착하지 못해 아나운서가 임시로 일일 DJ를 맡았다.
골프장 휴장도 속출해 용인시 태광CC와 수원CC 등 경기 지역 모든 골프장은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양평 TPC 골프장의 경우 오전에 눈이 20㎝ 이상 쌓이면서 아예 제설 작업을 포기하고, 모든 예약을 취소했다. 골프장 관계자는 "주말 골프장 개장 여부를 묻는 전화가 많은데 당분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적어도 열흘 이상 휴장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폭설로 물류도 큰 차질을 빚었다. 인천항에서는 오후 2시까지 하역 작업이 전면 중단돼 수출ㆍ입 화물 차량의 운행이 올스톱됐다. 경기 의왕의 내륙컨테이너(ICD)는 폭설에 따른 선로전환기 고장으로 오전 7시부터 상ㆍ하행 화물열차가 발이 묶였다. 택배 업체들은 평지와 대도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배송을 포기하는 긴급 처방을 내렸다. 배송 차량이 꼼짝 못하자 유통 업체 관계자는 "5일과 6일에도 제대로 배송이 이뤄질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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