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의 대폭설로 전국 곳곳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진풍경이 4일 연출됐다. 전례 없는 사태에 가끔 해외토픽에서나 등장할 만한 장면이 속출했다.
광화문 등 서울 도심과 강남에서는 스키 혹은 스노보드를 즐기는 시민이 목격됐다. 눈을 치우던 시민도 일손을 놓고 난데없이 출현한 스키어를 신기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회사원 장모(29)씨는 "황당했지만 저렇게 다니는 게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서울 청담동의 눈 덮인 텅 빈 도로를 스키로 질주하는 사진을 모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네티즌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행인과의 충돌 등 사고위험도 높고 도로교통법상으로도 위법이다.
군 기지로 사용되는 경기 성남의 서울공항에서는 제설작업에 폐전투기가 동원돼 눈길을 모았다. 공항을 책임지고 있는 공군 제15혼성비행단과 수원 공군 10전투비행단은 한국전쟁 당시 활약한 F-86 전투기의 엔진 'SE-88'로 제설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엔진가동 때 발생하는 엄청난 분사력을 활용해 400도에 이르는 고온과 배기가스로 활주로에 쌓인 눈을 단숨에 수십m 밖으로 날려 보내거나 녹여 제설차량 수 십대의 역할을 해냈다. 공군 10전투비행단 관계자는 "100년만의 폭설이라지만 활주로는 언제든 출격 가능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고 의기양양해했다.
사실상 전국의 도로가 마비된 가운데 유독 인천대교만큼은 원활한 차량흐름을 보여, 최첨단 디지털 교량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염화칼슘 수용액을 자동 살포하는 자동염수분사시설이 다리 10곳에 설치돼 통행차량들이 거의 폭설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다.
한편 서울시는 제설 비상근무 최고단계인 '3단계'를 발동하며 제설작업을 벌였다. 시가 이날 단계별 제설 작업을 통해 살포한 염화칼슘 등 제설제만 총 4,054톤에 달하고, 시 공무원 등 1만3,394명과 제설차량 1,200대가 투입됐다. 군 수도방위사령부도 병력 3,200여명과 굴착기, 덤프트럭 등 중장비 77대를 동원했으며 시와 용역계약을 맺은 민간 중장비 업체들도 자치구별로 스키로더 등 장비로 제설 작업을 지원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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